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아파트 전세 입주자 피해(본지 16일자 10면 보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세입자뿐만 아니라 전세를 안고 아파트 매매를 한 매수자에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19일 연제구 거제동 H아파트 역시 전세만료기간이 도래했음에도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전체 202가구 중 100여 가구가 전세로 입주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전세기간 만료로 다른 집에 이사를 가거나 계약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특수목적회사(SPC) 비전개발건설의 설립자인 부산저축은행이 전세금 반환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어 세입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세입자 박모(42) 씨는 "시공사로부터 전세기간이 만료됐으니 6월부터 무조건 나가라는 통보를 받아왔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에서는 이러한 사정도 파악하지 못하고 기다려 달라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전세를 안고 아파트를 계약한 매수자에게도 피해가 번지고 있다. 동래구 H아파트 매수자들은 시공사인 낙민건설(SPC) 설립자인 부산저축은행에 잔금을 지불, 매매절차 완료를 원하고 있지만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에는 잔금을 치러도 등기 여부가 불투명해 선뜻 돈을 지불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동래 H아파트는 시공사인 낙민건설이 대출금 27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대전저축은행이 근저당을 설정해 놓은 상태다.

매수자 김모(56) 씨는 "대전저축은행에 매수자들이 대출금을 나눠 상환, 근저당 해제를 요구했지만 27억을 일괄적으로 상환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전저축은행 담당자는 "사실상 매수자들은 대출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서 협상대상이 아니다"라며 "부산저축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입주자들의 피해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