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해 보상금을 챙기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악성 소비자)가 활개치고 있다. '소비자 주권'을 무기로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는 영악한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29일 마트에서 산 물품에 하자를 만들어 보상금을 가로챈 혐의(공갈)로 강모(43)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강 씨는 지난 1일 오후 3시께 사하구 A마트에서 마늘진액 한 상자를 구입, 낱개 제품 몇 개를 빼낸 뒤 다시 가져가 상품권 3만 원 어치를 보상금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지난 1~25일 무려 부산지역 10곳의 중·대형 마트를 돌며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으며, 마트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해 33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컨슈머로 인한 피해는 유통업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의 중·대형 마트들은 "악성 소비자 한두 명씩은 고정적으로 달고 영업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영구 B마트에는 30대 초반 여성이 최근 3개월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나타나 항의하고 있다. 이 여성은 로션이나 샴푸 등을 가져와 "선물받은 건데 용기가 샌다"며 환불과 함께 교통비와 피해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보상금으로 받은 상품권으로 다시 물건을 사들여 재차 환불하는 수법까지 사용한다는 게 B마트 측 설명이다.
동래구 C마트에서는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씩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진다. 40대 여성이 매장 내 거의 모든 상품을 한 번씩 구매한 뒤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며 무조건 환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블랙컨슈머들은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블랙컨슈머의 활동은 기업 매출과 이미지에 치명타를 안기는 것은 물론 유통업체의 관리비와 보상비를 올려 결국 물건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할인점 고객상담 담당자는 "최근 악성 소비자가 부쩍 늘고 수법도 교묘해졌다"며 "간혹 경찰을 부르지만, 고객 관리상 사실상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