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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갈맷길도 식후경… `부산의 밥상` 푸짐하게 차려보자

[창간 63주년 특집] 부산의 향기 - 대표음식 발굴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  |   입력 : 2010-08-30 20:35:52
  •  |   본지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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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추천 밥상

- 외국인 울리는 낙지볶음, 역사 담은 통신사 밥상, 눈물 젖은 피란 음식

밀면
부산을 두고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한다. 그런데 "부산 하면 이것이다"하고 딱히 내세울만한 게 없다. 대한민국 최대의 항만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그냥 어정쩡하게 큰 도시일 뿐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뚜렷한 지향점 없이 개발을 앞세운 도시의 외형 성장에 치중한 탓이다. 내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작은 것이라도 지역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물이 요구된다. 이런 속담이 있질 않는가.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부산의 대표 밥상은 늦더라도 내실 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관 주도 대신 민·관·학이 협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의과학대학의 강준수(식품과학계열) 교수는 "부산을 많이 찾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중 부산에서 특화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조사하는 등 국가별 음식 선호도를 조사해 부산의 식자료와 궁합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지난해 부산-후쿠오카 자매도시 20주년을 기념해 후쿠오카에서 푸드존을 운영했던 문화요리학원 이경희 원장은 "흔히 일본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일본인은 파전은 물론 의외로 낙지볶음이나 비빔국수를 잘 먹었다"며 "부산의 대표 밥상을 정할 땐 국가별로 최근의 외국인의 입맛 경향 등도 꼼꼼하게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래파전
역사문화성과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음식도 여럿 생각할 수 있다. 부산문화재단의 강남주 대표는 "부산의 간판 음식으로 조선통신사 밥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통신사들이 부산서 행한 전별연 때 먹었던 음식이나 출발을 앞둔 통신사가 해신에게 제를 지냈던 해신제 제수 요리가 스토리를 가진 부산의 대표 음식의 모티프가 되지 않겠느냐"고 충고했다. 원로 소설가 최해군 씨는 "동래가 조선시대 도호부 때 대일 외교와 군사상의 요지로 조정 고관들의 내왕이 많았다"며 "그들을 대접하기 위한 동래파전 등을 포함한 식사도 그 부류에 포함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남 부산문화유산해설사는 "6·25전쟁 때 창선동 먹자골목에서 피란민들이 먹었던 김밥이나 잡채 국수류 등도 부산만의 향토성과 역사성을 잘 간직한 밥상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경남도 2007년 '이순신 밥상' 재현… 통영 충무김밥 복국 이어 자리잡아
- 日 400여년전 무사 음식 '타이메시' 스토리텔링 가미 관광객 지갑 열어
- 대구, 찜갈비·따로국밥 대표음식으로
- 부산, 10월 메뉴개발·2012년께 나올듯

■경남에서 먼저 탄생한 대표 밥상

이순신 밥상
경남도는 지난 2007년부터 남해안시대 핵심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이순신 프로젝트'를 탄생시켜 역사문화 관광 명품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게 성과를 낸 관광상품이 바로 '이순신 밥상'의 재현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1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 이순신 밥상 복원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팀은 통영과 충남 아산의 덕수 이씨 종가, 난중일기, 식료찬요 등 조선 중기 문헌 등을 참고해 여러 차례 고증을 거쳐 지난해 8월 통영 한산대첩축제 기간 이순신 밥상을 공개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세계관광음식박람회에 참가했고, 비슷한 시기 견내량이 보이는 통영 땅 조그만 언덕에 이순신 밥상 1호점인 '통선재'가 문을 열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메뉴는 크게 4가지. 새우 오징어 조갯살과 해조류를 넣고 비빈 일종의 통영식 비빔밥인 통영골동반, 덕수 이씨 종가의 내림음식으로 충무공이 평소 즐겨 먹던 통영장국밥, 와각탕 해초전 태면 유곽 등으로 차려지는 이순신 밥상, 대구껍질누루미 연포탕 수어찜 태면 유곽 등 코스 요리인 통제사 밥상이 바로 그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 치면 웰빙 건강식이다.

처음에는 임진왜란 당시와 같이 고추 양파 등을 사용하지 않아 사실 맛이 별로여서 손님들의 불평이 잦았다. 하지만 지금은 천연 양념과 함께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약간씩 사용해 맛을 내면서 이제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은 기존의 충무김밥이나 복국 생선회 대신 이순신 밥상이 경남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남을 대표하는 밥상이 바야흐로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시마네현의 색다른 '타이메시'

타이메시
일본 혼슈 서쪽 시마네현의 마쓰에시에는 마쓰에성이 있다. 마쓰에성 인근에는 '일본의 길' 100선에 뽑힌 전통거리에 위치한 '시오미나와테 무사의 집'이 있다. 이곳을 보고 나면 가이드는 관광객들에게 빠뜨려선 안 될 식당이 한 곳 있다고 안내한다. 제법 고급스러운 식당에는 400여 년 전 무사들이 먹던 '타이메시'라는 음식이 기다린다. 이곳의 타이메시는 도미살과 삶은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잘게 만든 후 오차스케처럼 맛국물(다시)에 말아 먹는 것이 여느 타이메시와 다른 점이다. 전시에 무사들이 빨리 먹기 위한 방편으로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이순신 밥상과 마찬가지로 타이메시 역시 역사와 문화성에다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했다. 그들은 400여 년 전 무사들이 먹던 음식을 수십 년 전부터 간판 음식으로 선정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 부산 대표 밥상 만들어질까

낙지볶음
부산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공식적인 대표 밥상이 있을까. 아쉽게도 지금으로선 없다.

부산시는 올 상반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2만9518명이라고 발표했다. 시가 관광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많은 수라고 한다. 그러면서 부산이 명실공히 외국인이 찾고 싶은 국제 관광도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통상 관광객들은 떠나기 전 크게 볼거리, 먹을거리 그리고 숙박장소를 챙긴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불꽃축제 등 부산만의 볼거리 콘텐츠가 있고, 해운대 지역의 숙소는 지난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충분하다.

문제는 바로 먹을거리. 혹자들은 생선회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삼면이 바다인 국내 어딜 가더라도, 심지어 바다와 접하지 않는 산골마을에서도 이제 손쉽게 생선회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홈페이지 '음식'편에 들어가보면 '부산향토음식점'과 '부산의 별미'로 분류돼 있다. 부산향토음식점을 클릭하면 시가 지정한 28개 음식점이 나오고, 부산의 별미는 생선회 복국 해물탕 조개구이 아귀찜 동래파전 장어구이 재첩 오리불고기 갈비 국밥 밀면 낙지볶음이 소개돼 있다. 동래파전과 밀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음식은 솔직히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상투적이고 신선도가 떨어진다. 부산의 대표 밥상이 절실한 대목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북 대구는 부산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다. 대구시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각종 행사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대구 음식산업 발전전략' 중 하나로 '대구 대표 음식'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7월 말 찜갈비와 따로국밥(대구육개장)을 대표 음식으로 선정, 발표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이를 위해 지역주민과 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지역 음식전문가단체로 구성된 대구음식문화포럼은 토론회와 심포지엄을 열어 대표 음식 선택의 토대를 마련했다. 민·관·학이 일심동체가 된 것이었다.

2002년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잇따라 개최한 부산에서 대표 음식을 생각하지 못한 사정은 어떨까.

부산시는 부산·경남·전남 남해안 관광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대표 접빈음식 발굴'을 위한 입찰 공고를 이달 중 낸 후 용역단체가 결정되면 10월부터 메뉴 개발에 들어가 이르면 오는 2012년께 대표 음식이나 밥상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발전연구원 우석봉 박사는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부산은 단품 요리보다 경남의 '이순신 밥상'처럼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간편 코스요리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스토리텔링이 있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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