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 조봉암은 1898년 강화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해방 후에는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했으며, 1948년 초대 농림부 장관과 1, 2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두번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80만표와 200여만표를 얻어 이승만 정권을 위협했다. 56년 진보당을 창당한 조봉암은 58년 민의원 총선을 앞두고 당 간부들과 함께 체포된다. 진보당의 정책강령이 북한의 주장하는 것과 흡사하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조봉암을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사형을 선고했다. 엇갈린 하급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일부 혐의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면서도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을 하면서 사형을 확정했다. 게다가 대법원은 죽산의 재심청구를 기각했고, 검찰은 그 다음날인 59년 7월31일 곧바로 사형을 집행했다. 검찰은 죽산이 사형장에서 "할 말은 없다"고 한 뒤 "마지막 물 한잔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진보당 사건은 이승만 정권이 정적인 조봉암을 제거하려는 의도에서 저지른 비인도적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이라고 결정했다. 역사는 이 사건을 전형적인 '사법살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2년째 재심 개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통해 사형을 확정한 경우여서 스스로 극심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게 법조계 주변의 판단이다. 대법원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