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청과 경남 진해시가 두 지역을 오가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태풍으로 사라진 뒤 2년 넘게 설치하지 않아 버스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강서구청은 정류장 설치 장소가 진해시라는 이유로, 진해시는 마을버스 운행업체가 부산에 소재한다는 이유로 서로 책임을 떠넘겨 "승객 편의를 외면한 행정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1일 오후 경남 진해시 용원동 용원시장 앞. 부산·진해 경계지점에서 2㎞ 떨어진 이곳은 9-1번 마을버스의 종점이다. 이 마을버스는 부산 사하구 하단지하철역에서 출발, 강서구 녹산산업단지를 거쳐 용원시장까지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용원시장 앞 어디에도 버스 정류장이 없었다. 현재 버스는 정류장 표지판도 없는 영화양국 맞은편 길가에 정차하고 있다. 때문에 이곳 주민이 아니면 버스 정차 장소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 김정자(여·53) 씨는 "버스가 어디 서는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는 외지인들을 볼 때마다 얼굴이 붉어진다"며 "행정기관이 왜 이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원망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이끝봉(46) 씨도"정류장이 없어 승객들이 우리에게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1년 전부터 설치를 요구해 왔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버스 정류장은 지난 2002년 강서구청이 용원선착장을 이용하는 가덕도 주민들을 위해 버스 노선을 개설해 용원시장을 종점으로 삼으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로 정류장이 부서져 철거된 뒤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하지만 진해시 관계자는 "마을버스 사업자가 부산에 소재하는 데다, 진해시가 마을버스 노선 개설을 요청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해시가 설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서구청도 부산 신항만 공사로 선착장이 이전되면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주민이 줄어들자 버스 운행에 관심을 쓰지 않고 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정류장 위치가 우리 관할이 아니어서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며 "진해시가 정류장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진해시에 협조 공문을 보내 우리가 설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