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 이전이 검토되고 있는 부산 강서구 강동동 시설원예시험장. 서순룡 기자 seosy@kookje.co.kr

부산 유일의 국책 농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시설원예시험장의 타 지역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 시설원예시험장의 이전이 확정될 경우 1400여 시설원예농가의 영농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농민들은 이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부산의 농업 기반이 개발 바람에 휩쓸려 해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설원예시험장은 7일 시험장이 위치한 강서구 강동동과 인접한 대저동 일대가 신도시 건설 예정지로 결정되는 등 강서지역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돼 타 지역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영철 장장은 "강서지역의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 농업연구기관을 두는 게 타당한지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며, 타당성 검토를 거쳐 올 연말께 이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남도가 지난 7월 시설원예시험장 유치 의사를 표명한 바 있어, 시설원예시험장 측의 이전 검토는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조치로 보인다.

시설원예시험장은 현재 강동동 16만여㎡의 부지에 자리잡고 ▷과채류 품종육성 및 재배기술 개발 ▷시설원예작물 재배환경 최적 조성 및 정밀 재배관리 시스템 개발 ▷시설원예 에너지 절감기술 개발 등 시설원예농가의 과학영농에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부산시농업기술센터, 토마토 재배농가들과 협력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여름토마토를 수확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시설원예시험장이 이전하면 농민들은 소중한 농업 기반을 잃게 된다. 강서구 강동동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반재화(52) 씨는 "농가들이 시설원예시험장으로부터 현장 지도와 신기술을 보급받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데 타 지역으로 이전하면 농사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개발 광풍 때문에 농업의 존립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산시는 일단 시설원예시험장 측에 잔류를 요청한 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국 각 지역마다 특화된 농업연구기관을 갖고 있는데, 부산 유일의 국책 농업연구기관이 타지로 이전하면 부산 농업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서신도시 예정지 주변 주민들 사이에 시설원예시험장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시설원예농민들이 근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