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 전·의경들을 '제1회 부산경찰청장기 태권도대회'에 동원해 물의를 빚었던 부산경찰청이 또다시 주말에 열린 내부 행사에 경찰들을 동원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30일 오전 '제1회 부산경찰청장배 무도·호신체포술대회'가 열린 강서실내체육관. 관중석을 채운 2000여 명 가운데 사복을 입은 경찰과 전·의경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부산 사하경찰서 A 경사는 "전날 밤 철야근무를 하고 불려 나왔다"면서 "개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지구대 별로 6~10명 정도씩 응원을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제 동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B 경장은 "겉으로는 '자율'에 맡긴다고 해놓고서 참석 인원을 정해주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오늘 추석을 앞두고 가족들과 벌초를 가려고 했는데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경찰서 C 경위는 "조현오 부산경찰청장이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전시성 행사인 태권도·검도·호신술대회까지 잇따라 개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경찰서장들도 충성경쟁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구대 소속의 D 씨는 국제신문에 보낸 편지를 통해 "하위직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동원하는 구시대적 발상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무도·호신체포술대회 참가자는 출전선수 370명을 포함해 모두 2400여 명. 한 경찰서의 경우 전·의경을 포함해 무려 150여 명이 응원단으로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정재화 교육계장은 "자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품까지 내걸었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독려한 적은 있지만 강제동원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