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범방이주단지 입주예정 주민들이 택지분양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강서구청이 29일 3자 대리추첨으로 택지분양을 실시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범방이주단지는 2002년 한국마사회가 범방동 주민 81세대의 토지를 수용해 현재의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준공하면서 강서구청에 수용 주민들을 위한 이주단지 조성을 위탁, 2006년 1월 준공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택지를 분양받은 10세대를 제외한 이주 주민 71세대는 한국마사회와 구청 측에 분양대금의 5년간 무이자 분할상환을 요구하며 2년 넘게 택지 분양을 거부해왔다. 이들은 연약지반 등으로 이주단지 조성이 지연된 탓에 인근 마을이나 경남 김해 등지에 임시로 살 곳을 마련하거나 생활비 등으로 이주 보상비를 썼기 때문에 거액의 분양대금을 일시에 치르기엔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서구청은 이날 이주민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3자 대리추첨을 통해 범방이주단지의 잔여택지(세대당 330㎡) 분양을 실시, 이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범방이주민대책위 최정식 위원장은 "본인도 없는데 택지 추첨이 말이 되느냐"며 "택지 분양을 위해 빚을 내야 할 판인 주민들을 구청과 마사회가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사실상 2년 넘게 분양대금 납부가 유예된 상황으로 주민들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택지 분양가와 대상자가 결정돼 있는 상황에서 위치만 정하는 대리추첨을 한 것으로 이미 공고와 개인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구청이 대리추첨으로 71세대의 택지를 분양함에 따라 이주단지 입주 예정지가 15일간 공고와 개인 통보를 거쳐 공개되고 이후 40일 이내 납입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이주단지 계약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주민들은 택지 분양을 계속 거부하며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