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사회복지법인들이 주택가에 소규모 노인요양시설 건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나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프라 구축에 차질을 빚고 있다.

17일 부산 사상구청에 따르면 K사회복지법인이 사상구 주례2동 주택가에 건립하려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건축허가 취소를 요구하며 설립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구청은 지난 6월 27일 K복지법인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K복지법인은 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상 3층(연면적 384㎡)짜리 소규모 시설을 짓기 위해 주택 2채를 철거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최근 구청을 항의 방문해 "노인요양시설은 번잡한 주택가가 아니라 시 외곽에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는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서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S사회복지법인도 오는 10월 완공 예정으로 부산진구 초읍동 주택가에 15명 수용 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을 짓고 있으나 주민 반대민원이 끊이지 않아 공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법인들은 소규모 노인요양시설이 도심 주택가에 들어서면 노인 환자들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가족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요양을 할 수 있고, 또 다른 기능인 노인가정 방문치료 서비스도 효율적으로 펼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노인 환자와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소규모 노인요양시설의 주택가 건축을 허가하고 있다"며 "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에는 현재 입원이 가능한 노인요양시설이 59곳, 가정방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351곳이 있다. 가정방문 서비스 시설의 경우 공급 과잉 지적이 나올 정도로 늘어났지만, 입원시설은 부산시가 올 연말까지 확충하려는 117곳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K복지법인 이도형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노인요양보험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관련 시설을 내집 앞에 짓는 것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일 때 정말 답답하다"며 "노인요양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닌 복지 인프라 확대 차원에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5월 대구지법 행정부는 주민 반대를 이유로 노인전문요양시설 건축허가를 불허한 달성군청을 상대로 A복지법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병원을 노인전문요양시설로 변경하더라도 법적 하자가 없으면 불허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