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 부산 북구 화명1동 대림아파트단지 내 중앙사거리 앞.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아파트 주민들은 한 손에는 부채를, 다른 한 손에는 요구르트 등 음료수를 들고 하나둘 헌혈버스 앞으로 모였다. 휴일을 맞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부 혈액원의 헌혈버스를 아파트로 불러 주민들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림아파트 청년회와 부녀회 등 민간자원봉사단체들이 주관한 이날 헌혈행사에는 50명이 넘는 주민들이 동참했다. 전날 음주나 가벼운 병력으로 헌혈을 '거부'당한 주민도 20여 명에 이르렀다.

혈액원 최명술(여·48) 간호사는 "도심지 번화가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도 헌혈을 하는 사람은 10명도 채 안 된다"며 "요즘처럼 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아파트단지에서 자발적으로 헌혈을 해주는 곳은 부산에서 이곳뿐"이라고 덧붙였다. 혈액 적정 재고량은 7일분이지만 최근 2~3일치 정도밖에 보유하지 못한 상태여서 이들 주민의 헌혈 참여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것이다.

이 아파트의 단체헌혈은 2001년 아파트 내 한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이를 도와주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모인 150여 장의 헌혈증서로 아이는 건강을 되찾았고 이후 아파트 청년회가 나서 매년 여름·겨울방학 혈액이 부족한 시기에 맞춰 헌혈 행사를 벌인 것이 이날로 9회째, 햇수로는 7년째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