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휘발유로 간주돼 판매가 금지되고 있는 '세녹스'가 고유가시대를 맞아 소비가 꾸준히 늘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세녹스의 안전성과 세제를 보완해 일종의 대체연료(연료첨가제)로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세녹스를 둘러싼 논란이 법적으로 일단락된 만큼 법에 따라 판매를 금지할 수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단속 불구 소비 급증…가격도 뛰어

당국은 세녹스 판매자뿐 아니라 사용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운전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강모(53·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는 지난해부터 장거리 운행 때는 세녹스를 이용해왔다. ℓ당 2000원에 육박하는 휘발유로는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아파트에 뿌려진 전단지를 보고 연락하면 판매상들이 와서 주유를 해줘 구입하는 데 불편이 없다"며 "지난해부터 세녹스를 넣었는데 차량 매연이나 기관에 별다른 이상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강 씨는 "요즘 전적으로 세녹스만 쓰는 운전자들도 많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세녹스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크게 인상됐다.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36ℓ(1회 주유 2통 기준)에 3만7000원 선을 유지했으나 지난달에는 4만2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16일 현재 4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법적으론 일단락…논란은 여전

안전성 여부 등으로 법정까지 간 세녹스는 2006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제조사 대표 등이 벌금 3억 원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세녹스가 메틸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어 부식성 등 자동차의 성능 및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고, 인체에 해로운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이 휘발유보다 많이 배출된다"고 유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휘발유에 비해 제조원가가 비싼데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은 휘발유와 달리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실제 550억 원의 교통세 등 세금을 체납했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세녹스 판매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세녹스 제조사인 (주)포레너지는 앞서 2001년 7월 환경부로부터 '세녹스가 첨가제로 적합하다'는 검사성적서를 받았으며, 중국 등 타국 연구소에서도 차량의 부식이나 성능 저하와 무관하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일부 단체의 실험결과 시속 40~80㎞ 주행 테스트에서 휘발유 연비가 100%일 때 세녹스를 40% 첨가한 휘발유는 정품보다 8~9%의 연비개선 효과와 20~30%의 배출가스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공정한 검사 통해 양성화 검토해야"

세녹스를 사용해본 일부 운전자들은 정부가 세녹스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세금 문제일 뿐 안전성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일정 부분 검증을 받은 세녹스 등 유사휘발유·연료첨가제 등의 품질 개선에도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원 박준식(35·부산 해운대구 좌동) 씨는 "유가 급등으로 각종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만큼 세녹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문제가 없다면 판매를 허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확한 자료를 내놓으면 소비자인 운전자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포레너지 관계자는 "초기에 시장의 10%를 점유하면서 정유사들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그 이후 세금 문제가 불거졌다"며 "우리나라에서 시판이 금지돼 현재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최종 판단이 내려진 만큼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제조사가 주장하는 것과 실제 연구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