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노조 파업 첫날인 16일 경남 진해시 청안동 이면도로에 부산 신항만 건설현장에 투입되던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서순룡 기자 seosy@kookje.co.kr

화물연대의 파업 4일째인 16일 부산지역 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이날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지역기업 피해상황을 긴급 조사한 결과, 조선기자재와 자동자부품 업종이 전면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전기전자 기계 섬유 의류 신발 등 전체 업종으로 생산차질 등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직격탄 맞은 철강업계

철선 제조업체인 진흥물산은 완제품 대부분을 출하하지 못해 공장 내 적재율이 8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 회사로부터 납품받지 못한 거래업체들 중 일부는 자재부족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자체 보유 차량이 없어 가까운 거리의 거래처에는 지입차로 출하하고 있으나, 극히 소량에 불과하다. 파업이 이번 주를 넘어서면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특수형강은 출하가 중단된 상황이며, 원자재 입고도 끊겨 1주일 후면 생산을 멈춰야 한다. 고려제강은 출고가 지난 13일부터 중단됐다. 제품 출하 중단으로 더이상 제품을 쌓아놓을 곳이 없을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지역 철강업체들은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

수출업체들 발만 동동

(주)파크랜드는 지난주 컨테이너 5대분의 수출물량 중 2대분을 싣지 못했다. 이번 주에는 6대분을 선적해야 하는데 운송차량이 없어 하나도 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액은 하루 평균 35만 달러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업체는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비행기 수송도 고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장에 신발 원부자재를 보내는 (주)부경실업도 수출물량 선적이 다음주로 예정돼 있어 비상이다. 파업사태가 길어지면 수십억 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기전자업종은 제품 부피가 작아 소형 트럭으로도 운반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높아 물류마비가 장기화하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에어필터를 생산해 80% 이상을 수출하는 제마코플레어는 20피트 컨테이너 두대 분량의 수출물량을 출하하지 못했다. 회사 내 제품 적재율도 이미 80%에 육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3일 정도 파업이 더 진행되면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자재 확보 비상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는 중국 현지공장에서 보내온 원자재를 운송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애프터서비스용 아웃솔을 공급받지 못해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회사에서는 임시방편으로 5t 트럭을 직접 운행하며 원자재를 실어나르고 있다. 부광섬유(주)는 지난 11일 원부자재를 수입했으나 야적장에서 컨테이너 야드로 옮기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품 생산 물류 등 세 파트로 비상대책팀을 꾸려 매일 회의를 열고 있다. 특히 현재 일본 등에서 수입하는 부품 재고량이 2주일치밖에 없어 초긴장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항만 마비가 오래가면 부품이 모자라 생산라인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