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총파업 사흘째인 15일 조합원 김모(46·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집에서 TV 뉴스와 무선통신망(TRS)만 보며 하루를 보냈다. 가끔 동료와 통화를 한 것 빼고는 대부분을 쉬었다. 그렇다고 김 씨가 파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도부가 TRS를 통해 행동지침을 전달하기를 기다리며 '잠수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화물연대의 최대 무기인 '재택 파업'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공장 가동을 중단해 사용자를 압박하는 일반 사업장과는 달리 화물연대는 집에서 쉬며 파업을 한다. 운행을 하지 않는 자체로 파업의 효과를 보는, 일명 '흩어져야 산다'는 전략이다.

화물연대 지도부 역시 지난 13일 총파업 출정식 이후 주말인 14~15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열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모일 경우 돌발적인 행동으로 공권력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화주나 운송사도 일반 기업과는 달리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 생산시설이나 다름없는 화물차가 대부분 개인 소유인 탓이다. 재택파업은 사법처리도 어렵다. 경찰은 "자영업자인 화물연대 조합원이 운행을 중단한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2003년 구속된 화물연대 조합원 13명도 대부분이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충돌하거나 다른 화물차의 운행을 방해하고 도로를 점거했을 경우에만 폭력이나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화물연대 지도부가 조합원들에게 운송거부 지침을 내려 집단적으로 운송계약을 거부할 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화물연대의 한 간부는 "공권력과의 충돌은 피하면서 파업의 효과를 내는 데는 재택파업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재택파업은 다른 사업장까지 전염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파업에 돌입했던 연세의료원 노동조합은 3일간 단체로 출근을 거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