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량 운전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유가 인상분 만큼 당장 운임을 인상할 수도 없어 답답합니다." 부산항 주요 운송업체 중 하나인 세방의 박기영(50·사진) 운송팀장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화주와 차주 사이에 끼인 운송사 측 입장을 하소연했다.

경유가는 2003년 ℓ당 772원에서 현재 1950원대로 3배 가까이 폭등한 상황. 이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 이전에도 화주가 책정한 운송료와 컨테이너 수송차량 운전사들의 기대 운임 차이가 너무 커 차량 배정 작업이 힘들었다고 박 팀장은 털어놨다. 박 팀장은 "급격한 유가 인상으로 운전사들의 실질적 수입이 감소해 동료로서 안타깝다"며 개인적인 심정을 내비쳤다.

운송업계는 국내 가전 3사와 자동차업계 등 화주들에게 유가 인상분 만큼 운송료를 인상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운송업계가 당장 운전사들의 운임을 인상시켜 줄 결정권이 없는 상황이라 난감한 입장이다. 박 팀장은 "대형 선박회사의 경우 계약 기간이 1~2년이란 점을 들어 유가 인상분 만큼 운송료 인상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화물연대 파업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에 대해 그는 운임 현실화 외에도 표준요율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주들이 물량을 공개입찰하는 과정에서 운송업체와 차주들이 '제살 깎기'식 과당 경쟁을 하게 돼 운송료가 현실화되기 힘든 만큼 표준요율제 도입으로 운송료의 하한선을 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박 팀장은 "화물연대 파업이 지속되면 외국적 선사들이 부산항 이용을 기피하게 된다. 가뜩이나 환적화물 비중이 높은 부산항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태의 조속한 정상화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