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투쟁 수위가 높아질수록 가장 피곤한 사람들은 아마 전·의경들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지만 한쪽은 정부를 비판하며 거리로 나섰고, 또 다른 한쪽은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전투경찰인 김영진(23·가명·사진) 상경은 부산과 서울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저지에 모두 참가했다. 김 상경은 "서울과 부산의 촛불집회의 모습은 많이 다릅니다. 부산이 훨씬 평화롭다고 할까요. 서울에 있는 동안에는 매일 긴장을 풀지 못한 채 지내야 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동안 물대포가 동원되고, 시민들과의 마찰이 극에 달했을 때 김 상경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이 마치 영화 같았습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시민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김 상경은 일부 과격한 시위자들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부산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시민들이 전·의경과 마찰을 빚은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그들의 뜻은 분명히 전달됐지 않습니까? 시위를 과격하게 한다고 효과가 더 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김 상경은 자신도 촛불집회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전경 신분이 아니었다면 나도 저곳에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 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피곤이 쌓여가지만 김 상경은 그래도 지금의 모습이 싫지 않다고 했다. 김 상경은 "경찰과 대치한 시민들이 가끔 농담도 건네고, 먹을 것도 나눠줄 때면 시위대와 진압경찰의 관계가 아닌 모두가 똑같은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걸 느낀다"며 "경찰이나 시민 모두가 다치지 않는 평화로운 집회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