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화물연대 전창갑(사진) 부산지부장은 격앙된 모습이었다. 전날 화주 운송업체 등과 가진 개별협상에서 의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 데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전 지부장은 "구체적으로 파업을 계획했다기보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운전대를 놓은 결과"라고 이번 파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 지부장은 "현재 기름값과 운송비를 대비시키면 한달에 고작 40만~50만 원 손에 쥘 수 있다. 딸린 식구는 고사하고 내 한몸 살아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차량을 계속 운행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 지부장이 밝힌 화물연대의 요구안은 기름값 상승에 따른 운송비 60% 인상과 표준요율제 도입 등 크게 두 가지다. 전 지부장은 "매년 운송료를 3~5% 인상하는 '모범 업체'가 있는 반면 단 한 푼도 올리지 않은 '악덕 업체'들이 있다"며 "60% 인상안은 악덕 업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범 화주로 분류한 곳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를 통해 15~20% 수준의 인상효과가 있을 경우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 지부장은 표준요율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요구해온 표준요율제에 대해 정부는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표준요율제 대신 급히 내놓은 대책들은 당장 파국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전 지부장은 2003년 총파업 때보다 현재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2003년 파업 때는 기름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도개선 요구가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기름값을 낮추지 않는 이상 어떠한 협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지부장은 "이번 파업에서 실익을 얻지 못할 경우 화물연대를 해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파업을 결의했다"며 "협상에 제대로 나서지 않는 악덕 업체를 상대로 화물연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