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광화문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자유발언을 요구하며 집회 단상으로 향하다 시민들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10일 "국민에게 사과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의 '6·10 촛불집회' 현장을 방문했으나 마이크도 잡지 못한 채 20여분 만에 발길을 되돌렸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과천 청사를 출발, 오후 6시께 코리아나호텔에 도착한 정 장관이 시위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오후 7시30분께.

그는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촛불집회 무대에서 국민대책회의 사회자가 집회시작을 알리는 순간 수행원 5~6명과 함께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와이셔츠와 베이지색 점퍼, 감색 양복바지 차림이었고, 손에는 자필로 쓴 듯한 문구가 적힌 흰 종이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석고대죄의 길'은 처음부터 순탄치 못했다. 호텔을 나설 때 그를 알아본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여기 저기서 "정운천 장관이다" "당장 떠나라"는 고함소리가 터져나온 것. 험악한 분위기에 잠시 입을 굳게 다물었던 정 장관은 기자들에게 "책임자로 와야 되지 않겠느냐. 책임을 통감한다. 자유발언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인도를 따라 광화문 사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호텔에서 촛불시위 무대까지 걸어간 것이 대략 100ｍ. 점점 많은 수의 시위대가 주변으로 몰려들자 경찰과 수행원들은 정 장관을 에워싼 상태에서 10여분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어렵사리 무대에 도착한 정 장관을 기다린 것은 "여기서 발언할 권리가 없다"는 국민대책회의 측의 냉랭한 반응이었다.

그는 "정부 책임자로서 나왔다. 책임을 통감한다. 나도 자유발언을 할 권리가 있지 않느냐"고 호소했으나 주최측은 들어주지 않았다.

바로 그 때 시위대 사이에서는 '매국노' '매국노'라는 연호와 함께 온갖 비난과 욕설이 들리기 시작했다. 수백명의 참가자들은 정 정관을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고 그런 상태에서 또 다시 10여분이 지났다. 정 장관은 결국 시위대에 의해 세종문화회관 방면 골목길까지 떠밀렸다가 그곳에 배치돼 있던 전투경찰들에 의해 간신히 '구조'되면서 몸을 피했다.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20여분 만이었다.

이후 그는 보수단체인 새물결국민운동중앙회가 주관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호소 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대학로로 이동했지만 역시 발언권을 갖지 못했다. 행사가 이미 끝난 뒤였던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