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시작된 촛불문화제가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확산되면서 중·고생들의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와 장학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안전을 염려해 매일같이 현장에 나가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봐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돌아오곤 한다는 것이다. 촛불문화제 초기에는 '광우병 괴담'에 휩쓸리지 말고 공부에 열중하라고 가르쳤지만, 최근에는 이런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촛불문화제 관련 유인물까지 나돌 정도로 학교 분위기가 심상찮다. 10일 오전 부산 H중학교 복도와 화장실 등에서 '10일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자'는 내용의 유인물 10여 장이 붙어 있는 것을 교사들이 발견해 수거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저녁 학생들 상당수가 촛불문화제에 참가할 것으로 보고 생활지도 담당 교사와 장학사 등 3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문제는 교사들이 촛불문화제 현장에 가도 정작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자괴감만 느낀다는 점이다. 부산 B고 생활지도부장교사는 "학생들이 혹시 다치지 않을까 보호차원에서 생활지도를 나가지만 현장에 가서는 한구석에서 쥐죽은 듯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시교육청 한 간부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려는 학생에게 "학생 어디 가니"라고 물어 보다가 문화제 참가자들한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부산시교육청 학교정책과 김형두 장학관은 "학부모 손을 잡고 오는 학생들의 촛불문화제 참가를 막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생활지도를 안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 문제를 원만하게 매듭지어 학생들이 더 이상 거리에서 촛불을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