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들이 다시 뭉쳤다.' 10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가장 눈에 띈 무리는 바로 '386 세대'였다. 특히 부산지역 대학의 민주동문회 회원 2000여 명이 집회 장소를 가득 채웠다.

1987년 6월항쟁을 이끌었던 이들은 21년 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여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민주동문회 대표들은 6월항쟁 기념일을 앞두고 일찌감치 조직적인 참여를 결의하고 일제히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동아대 신문방송학과 졸업생인 임언수(41) 씨는 "21년 전 그날의 함성이 재현되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며 "함께 민주화를 외쳤던 동지들을 만나게 되니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가 희끗한 노동자들도 한 자리에 모였다. 세월이 흘러 회사의 중역이 됐다는 홍동재(43) 씨는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가 잘 사는 나라를 꿈 꾸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큰 힘을 보탰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전자우편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자'고 독려했다. 노승조 기획실장은 "오늘 집회에 사실상 부산지역의 시민·사회 노동 환경단체 모두가 참여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처럼 많은 단체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일 것 같다"며 "6월항쟁의 주역들에게 오늘 촛불문화제는 성대한 축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을 비롯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 역시 대거 참여했다. 부산지하철·철도·공무원·전교조도 깃발을 세우고 단체별로 자리를 잡았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한반도 대운하 반대'가 적힌 초대형 깃발을 시위대 맨 앞에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