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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죽느냐 사느냐 제목이 문제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1999-12-10 00:00:01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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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만큼 연출가의 골머리를 썩이는게 있을까.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야하고,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아야 하며,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고 거기다 참신함까지 갖춰 시청자의 구미를 자극해야 하는 것이 바로 드라마의 제목의 임무다.

방송직전 제목이 바뀌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국희'의 원래 제목은 `여인의 야망', `크리스탈'은 `백만송이의 장미'에서 바뀐 제목이다. 내년 1월 방송될 `왕룽의 대지'도 `왕룽 99'의 제작지연으로 불가피하게 교체된 `왕룽일가'속편의 새이름이다.

갖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가면서 최고의 작명을 위해 오늘도 제작진은 머리를 쥐어 짜고 있다.

최근 KBS는 인터넷홈페이지에 `스포츠드라마의 제목을 공모합니다'라는 공고를올렸다. 내용인즉 KBS가 방송사 최초로 프로야구를 다룬 스포츠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으니 이름을 지어달라는 것이다. 2000년 5-6월께로 방송일정을 정해놓고 기획안과 스토리 라인을 올린 안영동CP는 "무명 2군선수가 프로야구 최고스타로 성공하기까지의 석세스스토리를 담을 예정"임을 밝혔다. 안CP는 단순한구조, 성공스토리, 권선징악을 드라마의 모토로 내세우며 이를 충족할만한 멋진제목이 시청자들로부터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KBS주말드라마팀은 `사랑하세요?'때문에 끙끙 앓아야 했다. 인터넷공모를 통해 4가지 제목을 추렸다. `천년의 사랑' `그대 있음에' `약속' `사랑하세요?'. 이중 한가지를 선택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방송사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벌였다. 드라마 제목은 쉬워야 한다는 불문율을 지키는 주말드라마제작진은 오랫동안 고민하긴 했지만 `사랑하세요?'로 최종 결정했고 `사랑하세요?'는 현재 시청률을 서서히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일일드라마로 넘어가면 제목은 다소 유치해진다. 2년간 장수한 `보고 또 보고'의 경우 유치한 제목 덕을 톡톡히 봤다. 현재 MBC 일일극을 맡은 장수봉PD는 `날마다 행복해'에 대해 "시청률이 쑥쑥 올라가니 날마다 행복하지 않겠느냐"고말한 적이 있다. KBS가 `해뜨고 달뜨고'라는 제목으로 기선을 제압할 태세였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는 아무리 해가 뜨고 달이 떠도 MBC `날마다 행복해'를더 즐겨보고 있다.

`국희'의 인기바통을 이어받은 MBC 기획특집 `허준'도 4가지 제목을 놓고 장고한 케이스.

설문조사를 통해 제작진이 건진 제목은 100여가지. 그 가운데 최종결선에 오른것은 4개였다. `허준' `구침지희(九鍼之戱)' `생과사' `생명의 서'.

`허준'을 기획한 MBC 이병훈CP는 "`허준'으로 정해지기까지 숱한 사건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구침지희'로 만장일치 결정을 했다가 하룻밤만에 생각이달라져 `생과 사'로 바꾸고,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악수하며 헤어졌건만다음날 또 회의를 소집해놓고 보니 제목이 영 찜찜하라는 것. `구침지희'라는제목에 대해서는 가장 이견이 분분했다. 살아있는 닭을 놓고 아홉군데 침을 놓아 닭이 미동도 하지 않아야 승리하는 침술경연대회였던 `구침지희'는 한의학의 달인을 뜻하는 의미심장한 뜻을 갖고있지만 드라마 제목으론 너무 어렵다는것이 반대의견으로 나왔다.

여차저차해서 `허준'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번에는 카피라이터 모씨가이병훈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작진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명의 허준' `신의 허준' `의성 허준' 등 온갖좋은 말은 다 붙여 보았다. 제목때문에 더이상 시간을 끌수 없다고 생각한 이병훈 CP는 교과서적 발상에서 벗어나기로 하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냥`허준'으로 밀어붙여! 아무것도 필요없어"SBS는 특히 올들어 제목때문에 울고 웃는 일이 많았다. `청춘의 덫'으로 시작된 수목요일=SBS의 날 신화는 최근 종영한 수목드라마 `크리스탈'로 와장창 깨졌다. 유리든 크리스탈이든 깨지는 속성을 가진 단어는 금기시 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원래 제목 `백만송이의 장미'대신 채택됐던 제목이 `크리스탈'. `크리스탈'때문에 수목드라마 주도권을 MBC에 넘겨준 것은 물론 SBS 드라마국 전체분위기까지 침체됐다. 작가와 연출가들은 오늘도 만화 소설책을 뒤적이고 영화간판도 힐끗 힐끗 봐가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어디 좋은 이름 없나요?이번에는 진짜 아름다운 사랑이야긴데...". /손정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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