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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도 복합장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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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1999-10-08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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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크로스오버, 즉 장르간의 융합은세기말 풍조이기도 하다. 퓨전(Fusion)으로도 일컬어지는 예술장르 혼합 혹은무경계화 현상은 한국영화에서도 예외없이 찾아볼수 있다.

11월이후 개봉예정인 두편의 한국영화 `텔미섬씽'과 `해피엔드'는 스릴러와 멜로라는 장르를 아우른 대표적인 퓨전영화. 촬영단계에 있는 `세기말'과 `신혼여행', 그리고 곧 크랭크인할것으로 보이는 이현세 원작의 `개미지옥'같은 영화들도 복합장르를 추구하고 있어 세기말을 지나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한참은 퓨전영화 전성기가 이어질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까지는 한국영화의 장르는 뚜렷이 구분되어 왔었다. 지난해 여름엔공포영화가, 하반기에는 멜로영화가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액션물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멜로는 50년대 이후 거의 반세기동안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군림해왔다.그러나 끊임없이 생소하고 신기한 영화를 원하는 것이 관객의 특성.이제 더이상 순수 멜로영화가 `대박'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지난 추석 시즌 개봉한 세편의 멜로물이 흥행참패를 기록한것만봐도 알수 있는 사실이다.

다음달 13일 개봉예정인 `텔미 섬씽'(감독 장윤현)의 경우 범죄스릴러라는 기본 장르에 충실하면서 멜로요소를 슬쩍 가미하고 있다. 반면 12월초 개봉예정인 `해피엔드'(감독 정지우)의 경우 전형적인 멜로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살인의 음모가 행간에 내재된 스릴러. `해피엔드'는 치정살인으로 파국을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영화 제목은 아이러니가 되고 말았다.

`텔미 섬씽'은 한석규가 보여주는 독특한 카리스마와 긴장감이 스릴러의 요소를 충족시키며 베일에 싸인 여주인공 심은하는 완벽한 멜로코드를 지니고 있다. 선혈이 낭자한 채 발견된 끔찍한 사체들이 때때로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띨것도 같지만 제작진은 철저히 하드고어 스릴러임을 강조한다.

5개월된 딸을 둔 유부녀가 불륜에 빠지고 이를 알게된 실직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다는 `해피엔드'는 줄거리만으로는 상투적이다. 그러나 세 주인공의 사랑과 욕망, 증오의 감정들이 촘촘히 얽히면서 보여줄 심리전이 성패의 관권. 대종상에 빛나는 최민식의 만만찮은 내면연기가 만들어낼 심리스릴러구조와, 전도연 주진모의 정사신을 포함한 멜로적 코드가 어떻게 융화될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넘버3'의 송능한 감독의 신작 `세기말'은 세기말 인간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날카로운 풍자로 고발하는 영화. 그러나 인물간의 관계를 하나의 테두리로 묶어 시점을 달리하는 미스터리구조를 갖추고 있다. 나홍균감독의 `신혼여행'은 코미디와 스릴러를 엮었으며 박광춘감독의 신작이 될 `개미지옥'의 경우역시 사랑과 살인이 뒤엉키는 혼합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명필름의 심재명이사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추세에 대해 "한국영화들이 불안과혼돈이 내재된 세기말적 징후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면서 "99년 한국영화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한 주체는 창작자가 아니라 바로 시대"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다. /손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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