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옆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공사로 학기 내내 먼지와 소음에 시달려온 부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학습권 보호에 나섰다. 학교 측은 합의서를 이유로 조합과 시공사에 학습권 침해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동의중학교 운동장 맞은편에서 진행 중인 e편한세상 시민공원 (전포1-1 재개발) 공사.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일 동의중에 따르면 이 학교에는 지난 14일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학교 운동장 맞은편에서 진행 중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9년 5월 착공한 이곳은 방음벽(6m)을 경계로 작업장과 운동장이 맞붙어있다. 교정에서 작업자들의 말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17개 동 1401세대 규모로, 내년 9월 준공될 예정이다.
동의중은 전교생이 282명이다. 300인 미만 학교는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지난 16일 1학기가 끝날 때까지 공사장 소음·분진에 시달려야 했다. 생활 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지만, 바깥에서 날리는 먼지와 공사 작업 소리 탓에 창문을 열 수 없었다. 영어 듣기 시험을 칠 때 작업자의 말소리나 기계음이 들려오는 등 학습권을 침해당하기도 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학교 측은 시공사나 조합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2019년 7월 학교와 시공사는 방음벽, 안전 통학로 등의 시설 세워주는 대신 어떠한 형태의 민원이나 고발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학교의 재단인 동의학원은 재개발 조합이 공사에 필요한 학교 땅을 대토해주면서 학교발전기금, 기부금, 배드민턴장 건립 등을 약속받았다. 이런 혜택이 학교와 시공사의 합의서 작성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조합은 배드민턴장 건립의 경우 2019년 약속이 폐기됐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학교의 한 3학년 학생이 지난 6월 학교 신문에 ‘태양이 사라진다면’이란 글을 기고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글에서 학생은 운동장 바로 앞에서 공사 중인 고층 건물 탓에 일조권과 조망권,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한다. 주인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학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교가 좀체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글은 학부모는 물론 교직원까지 비대위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 한 교직원은 “우리도 합의서 내용을 최근에야 알았다. 학생의 글을 보고 그동안 이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 우리들이 부끄러워 적극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방학이 끝난 뒤부터 집회를 열고 수업 시간 중 공사를 피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시공사인 대림건설 관계자는 “합의서는 학교가 원하는 대로 작성됐다”면서도 “학교와 인접한 단지의 골조 공사 등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은 늦어도 9월까지는 끝내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