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제분 업체들이 밀가루 부산물(동물이 먹는 배합 사료의 원료로 사용) 가격을 짬짜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어떤 수준의 제재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과징금 등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사무처는 이 사안에 대해 심사관이 조사한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또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사조대림, 삼양사, 씨제이제일제당, 한탑 등 6개사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하는 한편 문서를 송부했다. 현재 사무처는 이들 업체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년 6개월 동안 매달 밀가루 부산물 제품의 판매 가격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게 논의한 것으로 의심한다. 아울러 이 같은 담합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을 1조4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사무처는 이 사안이 가격담합을 금지한 법규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어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법인과 임직원에 대한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본격적인 심의를 통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할 계획이다. 이때는 과징금 규모 등 구체적인 제재 수준도 확정한다. 과징금 부과 기준율(10.5~15.0%)을 매출액에 적용하면 액수는 최대 2100억 원에 이른다. 6개사는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 제출,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소맥피, 등외분 등을 포함하는 부산물은 밀가루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식용으로 사용되지는 않으며 주로 가축 사육 때 활용된다. 소 등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제품이어서 업체의 가격 담합은 농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6개사의 소맥피 시장 점유율은 78%가량이다. 이와 관련, 축산 현장에서는 정부가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해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개최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며 “앞으로 이런 행위가 재발하지 않게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5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곳에 대해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671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이 중 대선제분과 삼화제분은 배합 사료 가격 담합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