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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SMR 종합산업 거점화…원자력 쇄빙선 시장 개척을”

600조 SMR시장 부산이 선점한다 <4> 장순흥 총장의 전략 조언

  • 임훈 기자 hun@kookje.co.kr
  •  |   입력 : 2026-09-22 19:15:0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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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흥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이 SMR 쇄빙선 등 부산의 미래 산업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 개발·실증·제작·수출 로드맵 필요
- 에너지·조선·AI 범용인재 길러야

- 북극항로 운항률 높여야 경제성
- 플로팅 SMR 등으로 확장 가능

- 공항·항만 활용 무역생태계 조성
- 해양산업 등 결합한 새 산업 유망

대표적인 글로벌 원자력 전문가로 오는 30일 임기를 마치는 장순흥 부산외국어대학 총장은 부산의 미래를 ‘에너지와 무역’에서 찾았다. 장 총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KAIST에서 30여 년간 원자력 분야를 연구한 국내 대표적인 원자력 전문가다. KAIST 교학부총장과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냈으며 미국원자력학회 펠로우로도 선정됐다. 그를 지난 21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대 남산동캠퍼스 총장실에서 만났다.

장 총장이 부산을 떠나며 제시한 구상은 단순한 원전산업 육성론에 머물지 않는다. 부산 기장군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산업 거점으로 만들고 해양SMR과 원자로 쇄빙선 기술을 확보해 북극항로를 개척하며 부산항과 공항을 중심으로 한 ‘투 포트 시스템’으로 무역업을 키우자는 것이다. 장 총장에게 세 가지 구상을 차례로 물었다.

■SMR 거점화

장 총장은 부산의 미래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게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같은 산업이 커질수록 전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장군에 SMR이 들어서는 것은 ‘하늘이 준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부지선정평가위원회에서 국내 첫 SMR 건설 후보지로 기장군을 선정한 것은 단순히 발전소 하나가 생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제조·건설·운영 능력을 갖춰 새로운 종합 산업을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그동안 SMR 유치와 부지 선정 과정에서 기장군의 장점을 원자력 전문가로서 지속해 목소리를 냈다. 부산의 신산업을 위해 SMR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장 유치의 당위성과 산업적 파급 효과를 꾸준히 알렸다. 부산을 방문한 관련 부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장군 유치를 설득하기도 했다. 실제 한수원은 2026년 6월 기장군을 국내 첫 SMR 건설 부지로 선정했고 기장은 부지 적정성과 주민 수용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또 부산이 고리원자력발전소라는 원자력 인프라와 조선·기계 산업 기반을 갖춘 것도 높게 평가했다. 부산시는 지난 6월 원자력산업 육성계획(2026~2030년)을 마련하고 산업기반·기업지원·인재양성·네트워크를 4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또 강서구 미음동에 총사업비 295억 원 규모의 SMR 보조기기 제작지원센터가 구축되고 있다. 12종의 핵심 장비를 공동 활용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제작기술과 인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장 총장은 SMR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품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만들더라도 설계·제조·건설·운영까지 종합적인 능력을 부산이 확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체를 설계하고 통합하는 능력까지 부산에 있어야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과의 연계도 역설했다. 한수원과 협력하고 기존 기장의 원자력 인프라를 활용해 부산의 조선·기계산업까지 연결하면 SMR 기자재 기업이 들어오고, 관련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이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장이 SMR 건설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미래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실제 기업을 유치하고 그들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정책·행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단계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술개발→실증→제작→수출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총장은 인재 양성의 필요성에서 지역대학 교육 커리큘럼의 중요성도 필수 요건이라고 제시했다. 원자력과 기계 조선 전기·전자 AI를 융합적으로 이해하는 인재를 길러야 하고 이를 위해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역에서 우수한 인재가 공급되면 기장 SMR을 중심으로 부산을 ‘SMR 클러스터’로 만드는 것도 탄력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력 쇄빙선

장 총장은 퇴임 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원자력 쇄빙선 제작을 꼽았다. 수차례 반복적으로 쇄빙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북극항로 이슈가 성공하려면 선박의 운항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쇄빙선이라는 것. 이대로면 북극항로 이용률이 15%인데 이를 50%대로 올려야 경제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추운 날씨에도 얼음을 깨고 가야 하는데 이 때 꼭 필요한 것이 원자력 쇄빙선이다. 그래서 SMR을 활용한 쇄빙선 제작에 열정을 보였다. 일명 해양SMR은 친환경 선박과 새로운 해양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신사업으로 부산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총장은 “북극항로가 실제 경제성을 가지려면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연 상태의 얼음에 의존해 얼음이 녹을 때를 기다려 항로를 이용하면 운항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얼음을 깨면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쇄빙선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부산 울산 경남에 자리 잡은 원자력 조선 기계산업 시너지를 활용해 원자로 기술과 조선기술을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우선 쇄빙선에서 기술을 확보하고 이후 컨테이너선 등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북극항로가 중요해지고 에너지와 자원 개발 문제가 연결되면 원자력 쇄빙선 기술의 전략적 가치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제작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장 총장은 SMR쇄빙선 개발을 위해 원자력업계와 조선업계가 공동연구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해양SMR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플로팅 SMR도 거론했다. 바다에 SMR을 설치해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바다에 설치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 비용을 줄여 육상보다 더 효율이 좋다. 플로팅 아일랜드까지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말 그대로 블루 오션이다.

■무역생태계 조성

장 총장은 부산의 미래 전략의 마지막 퍼즐로 ‘무역회사가 많은 도시’를 제시했다. 자원이 풍부하지 않지만 항만·금융·물류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무역도시로 성장한 싱가포르처럼 부산도 항만이라는 자산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항과 공항을 연계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가덕도신공항뿐만 아니라 김해공항도 무역의 관점에서 활용해 생선 과일 화훼 식품 등 신속한 운송이 필요한 상품과 해외 원자재를 빠르게 들여오는 물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화물 공항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가 구상하는 부산의 산업 생태계는 항만·공항·조선·에너지의 결합이다. 부산항을 통해 원료를 들여오고 경쟁력 있는 전력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 뒤 항만과 공항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수출하는 구조다. 여기에 부산의 강점인 조선·해양산업을 결합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총장은 “SMR과 북극항로, 무역을 각각 따로 보면 작은 산업이지만 서로 연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부산의 새 산업은 연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에서의 지난 4년은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부산외대 총장으로 부임한 뒤 ‘학생들에게 많이 주는 대학’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고 자평했다. 유학생이 선호하는 전공 수요를 반영한 ‘인터내셔널 칼리지’를 운영해 인문 경영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형 교육을 시도한 것이나 재학생에게 조식과 커피·라면을 제공하고 도서관에 휴식과 숙면 공간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확대한 것도 장 총장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부산외대를 위해 일하고 부산 발전을 위해 고민할 수 있어 보람 있었다. 임기가 끝나 집이 있는 대전으로 ‘컴백 홈’ 하지만 부산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부산에서 다시 보자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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