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업계 노선 줄이고 무급휴직
- 롯데건설은 희망퇴직 신청 접수
- 경북에선 도로공사 중단 사태도
- 주사기·수액팩값 최대 8대 껑충
중동전쟁 여파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고유가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비상경영 선언에 이어 무급휴직을 받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석화업계는 이미 공장을 ‘셧다운’했다. 코로나 팬데믹 그림자에서 겨우 벗어난 뒤 또 들이닥친 중동발 위기에 기업들은 조마조마 마음을 졸인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다 못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도로 공사가 중단되고 나프타(납사) 수급 불안정으로 소비재인 비닐봉지 가격이 30%대로 급등하는 상황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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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시내 한 의료기기 판매점 앞에 주사기가 놓여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중동 정세 불안으로 불거진 주사기·주사침 수급 차질에 대응해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연합뉴스 |
14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고유가 쇼크’로 큰 타격을 받은 항공업계는 운항 노선을 줄이거나 무급휴직 희망자를 받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구사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4월 부산발 국제선 3개 노선(왕복 기준) 대상 20회를 감편한 데 이어 5월에는 5개 노선에서 47회를 줄인다. 전달 대비 2배 이상 감편 횟수가 늘었다.
유류할증료도 4배 이상 뛰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의 5월 국내선 유류할증료(편도, 발권일 기준)는 3만4100원으로, 4월(7700원) 대비 4.4배 수준이다. 티웨이항공은 4월 8800원에서 5월 2만5000원으로 2.8배로 올랐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아직 발표 전이나 현재 국제유가 추이를 보면 4월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달 16일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티웨이항공은 전체 객실승무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LCC뿐만 아니라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고유가와 고환율 충격에 따라 전사적인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자재비 공사비 인상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업계에서도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분다. 롯데건설은 최근 장기 근속자와 임금피크 대상자 등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실제로 경북에서는 유류 아스팔트 철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급 차질로 관내 도로 건설공사가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해 지자체가 비상 대응에 나섰다.
나프타 수급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석화업계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생산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로 인한 나프타 수급 차질은 동물병원 주사기, 편의점 비닐봉지 등 소모품 난으로 번지고 있다. 폴리프로필렌(PP) 등이 주원료인 주사기와 수액팩 공급가가 3, 4배, 일부는 최고 8배까지 오르면서 진료비 인상 우려도 큰 상황이다. 대한수의사회는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했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기 매점매석행위 금지 고시’를 발령했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매장에서 점주들이 쓰레기를 담을 때 사용하는 비닐봉지 가격을 최대 39% 인상했다. GS25는 3박스까지 발주 가능했던 친환경봉투(500입)를 최대 1박스로 조정했고, CU는 최대 30개로 제한했다.
부산의 한 상공계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도 재고 수준에 따라 공장을 가동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공장이 멈추면 현장 인력 위주로 조업 단축을 하고, 상황이 심화할 경우 구조조정까지 이뤄질 수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