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 수입·고점 부담 등 작용
- 3월 들어 1~2월 상승분 반납
- “지정학적 위험 지나면 기회”
- 증권가, 투매 동참 자제 조언
코스피는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50% 가까이 상승하며 세계 주요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지만, 갑작스러운 중동 사태로 가장 빨리 폭삭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4일 외국인의 거친 매도세에 ‘5000선’을 간신히 지켰다.
■거래 암초 만난 국내 증시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는 48.17% 상승해 세계 대표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나타냈다. 2위는 코스닥 28.88%이었다. 코스피 상승률은 3위인 대만(22.27%)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압도적인 수치다. 일본(16.91%)과 중국 선전종합(9.19%),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0.49%)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가파른 상승세였다. 코스피는 지난해에도 75.63% 올라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동 사태로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스닥과 코스피는 이날 오후 3시50분 기준 세계주가지수 하락률 1, 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국가인 대만(-4.35%)과 일본(-3.61%), 홍콩 항셍(-2.47%) 등과 비교해도 낙폭이 유독 두드러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3대 주가지수 등락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0.9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0.83%, 나스닥종합지수 -1.02%에 그쳤다.
거센 급락장에 중동 전쟁 수혜주로 꼽혔던 방산 해운 정유주도 전방위적 투매에 장중 하락 전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각각 7.61%, 18.88% 하락했다. 해운주인 팬오션과 HMM도 각각 16.94%, 16.33% 떨어졌다. 정유주인 S-Oil도 10.47% 내렸다.
국내 증시가 중동 사태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원인에는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고점 부담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높은 원유 의존도와 수출 중심 산업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한국 대만 등 유가 수입 비중이 큰 신흥국 증시는 원유를 수출하는 미국보다 취약하다”며 “반도체도 약했으나 자동차 운송 소재 건설 등 경기 민감 산업들이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유독 한국 증시의 큰 낙폭에 대해 “외국인 입장에서도 지금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전 세계에서 유동성과 환금성이 가장 좋은 한국 시장에서 현금화하려는 전략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공포 절정 구간 매도 지양
다만 증권 전문가들은 패닉셀(투매)에 동참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과거 지정학적 위험은 지나고 나면 늘 기회였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코스피의 고점 대비 하락폭은 10% 내외였다. 2022∼2023년 미국 긴축으로 전 세계 증시가 하락했을 때 30%와, 해방의 날(지난해 4월 2일 미국발 관세 부과)당시 20%를 제외하면 8∼15%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역대급 하락장에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기업의 이익 전망을 토대로 회복세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현 상황의 출구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이후에는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과 실적 동력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코스피가 5000 이하 혹은 4000 이하로 낮아지려면 코스피 랠리 동력인 이익개선 전망이 완전히 훼손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징후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은 공포의 절정을 지나고 있는 구간이라고 생각하기에 매도 의사 결정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