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내 증시가 미국 9·11 테러 때보다 더한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 꿈의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6000’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5000선 방어’를 장담할 수 없게 됐고,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이틀 연속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중동발 ‘블랙 스완(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에 이재명 정부가 쌓아 올린 경제 성과가 물거품이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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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여파로 역대 최대폭으로 폭락,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나 내린 5093.5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마감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10.1원 오른 1476.2원을 나타냈다.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역대 최대로 폭락해 5100선마저 내줬다. 코스닥지수도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나 내린 5093.54에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직전 역대 1위였던 미국 9·11 테러 직후(2001년 9월 12일 기록한 12.02%)보다 더 컸다.
낙폭 역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날 낙폭은 452.22포인트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이틀 사이 1150.59포인트가 공중에 사라졌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하락률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역대 최대 하락률은 2020년 3월 19일 기록한 11.71%다.
급락장이 이어지면서 1년 7개월 만에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이날 오전 9시6분 2초께 코스피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동됐으며,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도 4개월 만에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면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 두 시장의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이날 코스피 하락률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 대비로도 가장 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1.00%만 내렸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61%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4194조9468억 원으로 전날(4769조4330억 원) 대비 574조4860억 원가량 증발했다.
삼성전자(-11.74%), SK하이닉스(-9.58%) 등 코스피에서 거래된 925개 종목 중 98%에 해당하는 905개 종목이 내렸다. 에코프로(-18.41%)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중목 대다수도 급락했다. 전날 중동 갈등 수혜주로 꼽혔던 해운·방산주도 이날은 살아남지 못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보다 27.61% 급등한 80.37에 장을 마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였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전날보다 10.1원 급등한 1476.2원을 나타냈다. 국제 유가이 폭등하면서 부산을 비롯한 국내 기름값도 가파른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기준 1765.7원(ℓ당)으로 전날보다 42.7원 급등했다. 경유도 이날 1706.7원에서 하루 만에 72.1원이나 올랐다. 부산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도 1761.0원(ℓ당)으로 전날보다 53.2원 급등, 기름값이 하룻새 200원이 오른 곳도 있었다. 부산 경유 가격은 1717.7원으로 2022년 12월 27일(1700.8원)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1700원대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