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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라노]19년 만에 고정밀 지도 받아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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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입니다. 정부가 구글이 요구하는 1 대 5000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습니다. 군사·보안시설을 가리고 안보상 예민한 데이터는 반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엄격한 조건 아래 지도를 반출하기로 결정했죠.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국외로 나가는 첫 사례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국방부·국가정보원 등 8개 부처가 참여한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습니다. 정부는 안보 우려를 고려해 검토·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반출하되 내비게이션·길 찾기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만 반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보안이 필수적인 군사·안보시설의 위치나 이미지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조건도 달았죠.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할 것을 반출 조건으로 요구해 왔던 정부는 국내 기업이 국내 서버에서 지도를 가공한 뒤 그 결과물만 구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구글은 2007년과 2016년, 지난해 2월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구했습니다. 그때마다 정부는 안보 문제를 앞세워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구글이 지도와 위성사진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군사 기지 등 안보 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한국지도학회지에 게재된 ‘구글의 전자지도 국외 반출 요구에 대한 입법론적 연구’ 논문을 보면 구글 위성영상과 반출된 전자지도를 중첩하면 군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수도방위사령부의 침투로, 보급선,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위치 기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에서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득갑·박장호 객원교수는 ‘관광레저연구’ 제36권 2호에 기고한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지도 반출 규제를 해제하면 2027년까지 약 68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 226억 달러(약 33조 원)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죠.

지난 19년간 고정밀 지도 반출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던 정부가 조건부 허가를 하게 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은 한미 관세협상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한국의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규정하고, 미국 기업의 진출을 막는 규제라며 항의했습니다. 구글·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정밀 지도가 필요한데, 이를 의도적으로 막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 공간 정보 업계는 정부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냅니다. 그동안 국내 지도 시장은 네이버·카카오가 독차지해 왔는데, 이번 고정밀 지도 반출로 구글이 정교한 지도 서비스를 내놓게 되면 두 기업을 급속도로 따라잡을 전망입니다. 게다가 지도 데이터는 물류,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 첨단 산업 분야의 기반이라는 점도 국내 IT 업계가 우려하는 요인입니다.

국민의힘은 정부 결정에 “3500억 달러 투자와 고정밀 지도 외에 정부는 미국에 무엇을 또 줬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반출이 허용된 고정밀 지도에 대해 “한 번 반출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자산”이라면서 “국내 공간 정보 업계의 90%가 반대했고, 관련 학계에서는 향후 10년간 최대 197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 가능성까지 제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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