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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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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자국 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한국이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나거나 대미 통상 환경이 개선되는 등 우리 정부에 유리한 상황은 당장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미국이 곧바로 ‘대체 관세’ 카드를 꺼내 들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고율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4월 2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25%의 관세를 매겼다.
같은 해 4월 3일부터는 수입산 자동차에 25%, 5월 3일부터는 자동차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이 지난해 7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자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됐지만 대미 투자 중 현금 투자 비율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자동차 관세 인하는 지연됐다.
이후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 의회에 대미투자특별법안이 제출되자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1일 자로 한국산 자동차 등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당시 협상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은 자동차 품목 관세였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합의를 끌어낸 상황에서 한국만 고율 관세를 유지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비중이 높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기에 한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협상에 임했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에 제동을 건 것이지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관세 부과 권한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지난해 관세 협상 당시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플랜 B’를 통한 관세 정책의 연속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대체 수단으로는 이미 사용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확대를 비롯해 무역법 301조와 122조, 관세법 338조 등이 거론된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더 강력한 대체 관세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무기로 한국에 신속한 대미 투자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기존 합의를 되돌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이 예상보다 빠르게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하면서 한국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국내 수출 기업들은 그간 납부한 관세에 대해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다만 우리 기업들이 관세를 즉각 환급받을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쓸 수 있는 통상 카드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기존에 약속한 3500억 달러(약 50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