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개발 시설.

앞으로 전국에서 해상풍력이 개발될 때는 국가적 과제와 조업 현장의 생존권 상생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어업인의 참여 폭을 늘리고 현장 의견이 적극 반영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업권 침해 우려, 보상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을 선제적으로 풀어야만 친환경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22일 수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공포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은 내년 3월 26일 시행된다. 복잡했던 인허가 절차를 통합해 입지 발굴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주요 내용은 국무총리 소속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 및 사무국 설치 후 예비지구 지정·사업자 선정·실시계획 승인 진행, 민관협의회 운영으로 주민 수용성 확보, 전문 인력 육성 지원 등이다.

정부와 어업 단체 등은 이 가운데 민관협의회 구성과 운영을 향후 해상풍력 개발의 성패를 가름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한다. 그동안 기존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갈등은 어업인의 의견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정, 해상풍력특별법 시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민관협의회 조직과 운영에 관한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기구는 20~25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정부 위원’은 25% 내외이며 주민과 어업인 대표인 ‘민간위원’이 50%를 차지한다. 또 갈등 조정 및 해양환경 전문가 등 ‘전문위원’ 비율은 25% 안팎이다.

수협은 해상풍력특별법 시행 시기가 다가오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협의기구인 민관협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해상풍력법 시행령 민관협의회 제도설계 방향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민관협의회가 갈등을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해관계자가 참석해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주도했던 기존의 해상풍력 개발 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한 뒤 민관협의회가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동진 수협 회장은 “해상풍력 개발 때는 어업인 참여를 반드시 보장하는 민관협의회 운영을 통해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협의기구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