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연장이 확정되면서 고리 3·4호기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계속운전을 신청한 나머지 9개 원전도 2호기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역시 기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혼합하는 ‘믹스’ 기조를 더욱 선명히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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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인근에 있는 임랑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원전을 바라보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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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노후원전도 ‘계속운전 승인’ 가능성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승인 결정은 다소 지연되기는 했으나 정부 안팎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애초 원안위 심사가 고리 2호기 수명연장에 초점을 맞춘 절차였기 때문이다. 앞서 한수원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에 따라 2023년 3월 원안위에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존 원전은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계속 쓰겠다”고 언급했다.
이제 관심은 나머지 노후 원전에 쏠린다. 한수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원안위에 계속운전을 신청한 원전은 고리 2호기를 포함해 총 10기에 달한다.
고리 3·4호기를 비롯해 전남 영광 한빛 1·2호기와 경북 울진 한울 1·2호기, 경북 경주 월성 2·3·4호기다. 대부분 운영 허가 만료일을 비교적 가까운 시점에 앞두고 있거나 만료일이 지난 노후 원전이다.
고리 3·4호기만 봐도 각각 운영 허가 만료 시점인 지난해 9월과 올해 8월 가동을 멈췄고 현재 원안위로부터 계속운전 심사를 받고 있다. 결과는 내년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업계 등에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들 노후 원전도 고리 2호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인공지능(AI) 대전환 정책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전기 공급’을 위한 핵심 발전원 역할을 하게 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지난달 초 ‘기존 원전은 안전을 담보로 계속 (수명을) 연장해 쓰는 것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환경·탈핵단체 “고리 2호기 졸속 심의 규탄”
앞으로 고리 2호기는 ‘2033년 4월까지 추가 운전’을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간다. 운영 허가 만료 시점이었던 2023년 4월 가동을 잠시 멈춘 이후 2년 7개월간 원자로가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재가동을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친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국의 노후 원전이 앞으로 줄줄이 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국의 재가동 작업은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이날 “현재 진행 중인 설비개선을 완료하고 규제기관의 정기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2026년 2월 재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원안위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달 법원에 ‘심의 중단’ 가처분 신청까지 한 환경·탈핵단체의 반발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이들은 원안위 심사 과정에서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심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에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기술한 문서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달 23일 223차 회의에서 계속운전 승인의 전제가 되는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을 먼저 의결한 바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한 환경·탈핵단체는 224차 회의가 진행된 이날에도 서울 중구 소월로 원안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절차도 상식도 없는 원안위의 고리 2호기 졸속 심의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