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팰런티어·엔비디아 주가 경고음
- 외국인들 2조5168억 원 순매도
- 비트코인도 한때 10만弗 무너져
- 전문가들 “조정… 하락 전환 아냐”
‘인공지능(AI) 거품론’이 5일 국내 증시를 덮쳤다. 한 때 ‘코스피 4000’이 무너졌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환율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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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AI 거품론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식시장과 원화 가치, 가상자산 모두 휘청거렸다. 5일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서울 빗썸 라운지(왼쪽 사진)와 명동 환전소. 연합뉴스 |
■AI거품론에 직격탄
5일 코스피는 110포인트 이상 떨어져 4000선을 겨우 방어했다. 코스닥도 20포인트 이상 빠져 900선을 턱걸이했다. 한국거래소는 장 초반인 오전 9시36분 코스피 시장에, 이어 오전 10시30분께 코스닥 시장에 각각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가 동시 발동된 건 지난해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당시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코스닥은 코스닥 150 선물지수가 6%, 코스닥 150 지수가 3%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 지속 시 발동된다. 증시가 급락한 것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결정타였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조5168억 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밤 뉴욕 증시를 강타한 ‘AI버블’ 우려가 우리나라 증시로 확산한 영향이 컸다. 최근 AI 기업 간 순환거래 규모가 커지며 수익 모델이 검증되지 않고 경제적 실체와 상호 위험에 대한 경고등이 나온다. 올해 미 증시에서 AI붐을 이끌던 팰런티어 주가는 3분기 호실적에도 4일 8% 가까이 급락하며 전조 증상을 보였다. 팰런티어 주가의 최근 2년간 상승률은 무려 1000%나 된다.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팰런티어와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AI거품론’에 기름을 부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도 증시 거품론에 가세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다음 달 추가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 증대 등도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20%대의 역대급 급등을 기록하면서 시장을 끌어올린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 메가톤급 이벤트가 잇따랐던 지난주 이후 신규 호재성 재료가 부재했던 점도 주가 조정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대규모 매도세에 원/달러 환율도 장 막판 1450원까지 올랐다. 강달러가 지속돼 달러로 수요가 몰리면서 국제 금값과 가상자산도 하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100을 넘어섰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미국 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와 뉴욕증시 부진에 위험회피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원화가 약세인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유출로 원화 약세 압력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금값과 가상자산은 하락세다. 최근 금 가격이 급등한 데다, 세계 최대 귀금속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이 일부 소매업체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종료하면서 금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도 지난 6월 이후 처음 10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2월 미 기준금리 결정 변곡점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 하락 국면 전환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2023년 강세장에서도 정확히 D+200일 부근에서 단기 조정이 진행됐다”며 “현재 강세장이 4월부터 시작됐다고 가정하면 약 200일이 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1998~1999년 강세장 때는 44일간 -22% 조정, 2009~2011년은 56일간 -11% 조정, 2020~2021년은 45일간 -9.5% 조정이 있었다”며 “조정은 12월 중순까지 지속될 수 있지만 12월 9~1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도 “12월 FOMC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고, 12월 1일부터 양적 긴축 종료로 유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 과거 역대급 강세장이나 불장이라고 해도 고점 대비 10% 내외의 조정은 나왔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 펀더멘털이 견조하고, 새 정부의 증시 정상화 정책 모멘텀 등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패닉셀’(투매)에 나서는 건 지양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