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세부 합의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대미 투자 특별법’의 국회 처리 문제를 놓고 충돌 수위가 더 높아지는 모양새를 보인다.

부산항 신항에 쌓인 컨테이너 화물.

1일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우리 수출기업에 예측 가능한 통상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반도체·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관세협상 양해각서와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관련 특별법을 제출하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투명하게 논의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합의가)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특별법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승인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해 “국민의힘이 아직 공식적인 평가를 미루고 있다”며 “야당도 해양 강국과 자주국방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함께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혀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협상의 전 과정과 이면 합의 여부, 세부 내용을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전체 투자 규모, 농축산물 시장 개방, 반도체 관세 문제를 두고 벌써 한미 양국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동 성명이나 공동 선언조차도 없었고 지금까지 문서화된 건 아무 것도 없다. ‘깜깜이 타결’이자 ‘묻지 마 협상’이 됐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관련해서도 “한마디로 ‘모든 위험을 떠안은 영끌 투자’”라고 정의했다. 또 “국민의힘은 정부가 모든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뒷받침된다면 적극 협조할 의향이 있다”며 “국회 비준과 특별법 제정 논의는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냉철하게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미국의 대한국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한편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후속 협의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두 나라는 지난달 29일 대미 투자금 가운데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고 대미 투자에 대한 ‘상업적 합리성’을 문건에 명시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