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려놓은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고려아연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던 최 명예회장이 지난 6일 숙환으로 타계했다고 9일 밝혔다. 최 명예회장의 임종은 부인인 유중근 여사(대한적십자사 전 총재)와 아들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이 지켰다.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려아연 창업주인 최기호 선대 회장 차남으로 태어났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고 미국 기업에서 3년간 근무한 뒤 1973년 귀국했다. 1974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부응해 제련업 진출을 결정했다. 국내외 금융기관을 설득해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당초 업계에서 7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한 회사 설립 비용을 4500억 달러로 줄여 공사를 완성하는 등 수완을 발휘해 울산에 첫 제련소를 세웠다.

1978년 울산 온산제련소 완공 이후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소 설립과 설비 투자에 나섰다. 1990년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명경영의 토대를 마련했고 서린상사, 영풍정밀, 코리아니켈 등 계열사를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1992년 고려아연 회장에 오른 그는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호주에 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 제련소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강화했다. 그가 추진한 기술 혁신과 장기 투자로 고려아연의 아연 생산 능력은 연 5만 t에서 65만 t으로, 매출은 100억 원대에서 12조 원대로 늘었으며 시가총액은 20조 원에 육박하는 등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비철기업으로 성장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12월 고인의 뒤를 이어 최윤범 회장이 취임해 글로벌 친환경 소재 기업이자 탈 중국 전략광물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1대 주주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만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고인 장례는 지난 7일부터 나흘간 회사장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맡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8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