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림·감만점 문닫을 대상 포함
- 정부 적극 개입·정상화 노력 촉구

지난 12일 부산 남구 홈플러스 감만점 앞에 차린 폐점 반대 농성이 엿새째를 맞은 날이었다. 무더위와 궂은 날씨 속에 이어지는 농성으로 지칠 법도 했지만, 현장을 지키던 이미경(57) 민주노총 마트노조 부산본부장은 오히려 밝고 단단한 모습이었다. 그는 “폐점을 막으려는 직원과 주민이 찾아와 전해주는 응원 덕분에 힘이 난다”며 “특히 감만점은 감만·우암지역의 유일한 대형마트라 주민들의 지켜내려는 의지가 크다. 우리 삶터이자 지역의 생활공간인 홈플러스가 계속 영업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미경 민주노총마트노조 부산 본부장이 홈플러스 폐점 반대 투쟁 계획을 말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나이에도 투쟁 현장을 지키는 이 본부장은 부산 홈플러스 노조 역사의 산증인이다. 홈플러스 창립 14년 만인 2013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대다수인 노조가 처음 세워졌고 이 본부장도 그해 노조에 발을 들였다. 당시엔 단체협약 체결, 7.5시간 계약제 폐지 투쟁 등으로 하루하루가 싸움의 연속이었다. “홈플러스 들어오기 전엔 노조나 노동운동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그는 2017년부터 민주노총 홈플러스지부 부산본부장을 맡았으며 지난해부터는 마트노조 부산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가 최근 임대료 협상 문제를 이유로 일부 점포 폐점을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연내 전국 15개 점포 문을 닫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부산에서는 장림점이 11월 16일, 감만점이 12월 2일 폐점 대상에 포함됐다. 이 본부장은 “폐점 결정 과정에서 실제 임대료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MBK는 투자금 회수만을 위해 대규모 점포 폐점이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청산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장림·감만점에서는 직원을 대상으로 전배(다른 점포로 이전 배치) 신청서를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홈플러스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불안감을 안고 일하느니 그만두겠다는 직원이 꽤 있다. 또 대부분이 인근 주민인데, 전배를 가면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어 그만두겠다는 이들도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바는 세 가지다. 폐점 계획 철회, 대주주 MBK의 진정성 있는 정상화 노력,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다. 정부는 일단 응답했다. 지난 1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 앞 천막 농성장을 찾아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 등을 만났고 선량한 인수자를 통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본부장은 “정부가 약속한 대로 추석 전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아 모두가 마음 편히 명절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며 “만약 이러한 기대를 저버린다면 중앙위원회 지침에 따라 더욱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폐점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매주 목요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17일에는 ‘홈플러스 감만점 폐점 시도에 대한 남구청 역할 촉구 기자회견’도 연다. 이 본부장은 “폐점 피해는 노동자와 입점주, 지역 주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인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주변 상인들과 함께 ‘홈플러스 감만점 폐점 반대 공동선언문’을 작성해 구청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