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지역주택조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점검에서 641건의 법령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더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역 주택가.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10일 국토교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함께 진행했던 관계 기관 특별합동점검(7월 11일~8월 22일)과 각 지자체의 전수실태점검(6월 26일~8월 22일) 결과를 내놨다. 특별합동점검에서는 8곳 중 4곳에서 시공사가 계약서상 근거가 없음에도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사업비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토부는 해당 조합이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조정 신청하도록 권고했다. 또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포함된 조합 가입 계약서나 시공사의 배상책임을 배제하는 등 관련법 위반 여지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공정위에서 시정하도록 행정절차를 추진한다.

지자체 실태 점검은 전체 618개 조합 중 396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52개 조합에서 드러난 법령 위반 행위는 641건으로 집계됐다. 사업 진행 상황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지연 공개한 사례가 197건(30.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가입 계약서 작성 부적정 52건(8.1%), 허위·과장광고 모집 33건(5.1%) 등의 순이었다. 국토부는 적발된 506건에 대해 시정명령(280건), 과태료부과(22건) 등의 행정처분을 한다. 아울러 위법 행위가 중대한 70건은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해당 조합을 관할하는 지자체는 별도의 제재도 한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1980년에 도입됐다.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토지를 확보한 뒤 주거 공간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사업 절차가 재개발보다 간소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토지 확보가 어려워 사업이 지연되면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게 돼 결국 조합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사례가 많았다. 또 제도가 오래전에 도입된 까닭에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국토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엄격한 기준을 세워 최초 조합원 모집 단계 때부터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로 했다. 또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 중인 조합을 적극 지원할 방안도 이른 시일 내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에 실태를 살피지 못한 조합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점검을 마무리한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역주택조합에서 여러 유형의 부실한 관리 행태와 불공정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점검을 통해 확인했다”며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선량한 조합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게 조속히 제도를 손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