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감독 분산으로 상호견제
- 일각 업무혼선·효율저하 우려

이재명 정부가 18년 만에 금융정책·감독체계에 대한 대수술에 나서면서 논란이 인다. 핵심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정책·감독 기능 분산이다. 금융권에서는 상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현안에 대한 총력 대응 부재, 업무 중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지난 7일 고위 당정에서 확정된 조직 개편을 보면 금융위는 해체한다. 금융위가 맡은 금융정책업무는 재정경제부로 옮기며,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감독 기능에 집중한다. 금감위는 산하에 금감원과 기존 금감원에서 분리된 금소원(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게 된다.

금융위는 2008년 출범 이후 국내 금융 정책 수립과 감독 권한을 한 손에 쥐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전신인 금감위 체제처럼 감독 기능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돌아가게 됐다.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함께한 금감원도 금감위 산하에서 감독 기능만 맡게 됐고, 소비자 보호 권한은 금소원이 갖는다. 여기에는 금융·산업 정책(엑셀)과 감독 기능(브레이크)을 분리해야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현 여권의 시각이 반영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업무 혼선과 효율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방안 등을 비롯해 금융권 체질 개선에는 정책과 감독 기능이 함께 뒤따라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계부채 관리도 큰 틀은 정책 라인이 짜야 하지만, 세부 규제와 이행 점검은 감독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 정책과 감독을 ‘무 자르듯’ 분리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가 금소원에 각종 검사나 제재권을 부여할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금감원과 금소원의 권한 다툼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상 상위 정책·감독기관 4곳을 두게 된 금융권의 혼선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 반발도 커진다. 금감원 노조는 8일 성명을 통해 “정부 여당의 조직 개편은 국민을 위한 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다”고 주장했다.

이번 금융정책·감독체계 개편으로 부산시가 2차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정부가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각각 금융 감독과 금융 소비자 보호의 중추 기관이다. 기존에 이전한 금융공공기관과 함께 금감원 금소원을 부산으로 옮기면 부산 금융중심지는 ‘공공 금융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