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오려면 매 건마다 미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내 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AP 연합뉴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연방 관보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이 중국 내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포괄허가를 폐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미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관보에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중국 법인인 ‘인텔반도체 유한공사’(다롄 소재)와 ‘삼성 반도체 유한공사’, ‘SK하이닉스 반도체 유한공사’ 등 3곳을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VEU는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지위다.

미 상무부는 이 같은 조치를 관보 정식 게시일(미 동부시간 9월 2일)로부터 120일째가 되는 날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공장은 내년 1월부터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올 경우 매 건마다 허가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 업체들의 중국 내 생산 타격이 우려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10월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고자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건별로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만 당시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에 대해선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 수출관리 규정에 따른 VEU로 지정해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VEU 명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포석으로 일단 분석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