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안전 불감’ 기업은 정부가 주관하는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공공부문 공사의 낙찰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안전 평가가 대폭 강화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국제신문DB

기획재정부는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임기근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임 차관은 “최근 중대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재해 근절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안전 불감 기업은 공공입찰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경쟁입찰을 제한하는 사유에 ‘안전’ 요건을 새로 도입한다. ‘안전 분야 인증’이나 ‘전문인력 및 기술 보유 여부’ 등을 기준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사업은 제한경쟁을 통해 자격 미달 업체의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낙찰자 선정 단계에서도 안전 평가를 강화한다. 이에 따라 공공공사의 낙찰자를 평가할 때 ‘중대재해 위반’ 항목이 감점 요인으로 신설된다. 또 100억 원 이상 공사에서는 ‘건설안전’이 정규 배점 항목에 포함된다.

300억 원 이상 종합심사제(종심제) 대상에만 적용되던 시공평가(과거 수행한 공공공사의 품질·안전 관리 성과 평가) 항목도 100억~300억 원 구간의 간이형 종심제 공사까지 확대 적용된다.

간접노무비 등 안전 관련 비용의 적용 기준을 상향 조정해 기업들이 적정한 안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사 중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상대자(건설사)가 자율적으로 공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 예규에 신설된다. 이 경우 지체상금 등 불이익을 면제해 건설사의 선제 대응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안전관리 체계 강화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입찰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지금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동시 2명 이상 사망’ 시 제한되지만, 앞으로는 ‘연간 다수 사망자 발생’ 시에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조달 혁신 생태계 개선 방안’도 함께 의결됐다.

혁신제품은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인정된 제품으로, 정부는 공공조달을 통해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제품의 공공 구매 규모를 2024년 1조220억 원에서 2030년까지 3조 원으로 확대하고, 누적 5000개 이상의 제품을 발굴·지정할 계획이다. 혁신제품 지정 부처도 기존 16개에서 18개로 확대하며, 지정 횟수도 연 3회에서 4회로 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