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북미 쪽 대형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부터 한화로 약 23조 원에 이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따냈다. 분기마다 수조 원대 적자를 냈던 파운드리 부진 탈출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총 22조7648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번 공급계약은 지난해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709억 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이 금액은 미국 165억4416만 달러에 공시일(28일)의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1 USD = 1376.00 KRW)을 적용하여 산출한 금액이다.

반도체 산업은 반도에 용도에 따라 메모리와 비메모리(연산) 반도체로 구분되고 생산 방식에 따라 팹리스(생산 설비 없이 디자인 설계만 담당)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문 업체)로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해 사업을 영위하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를 추격하는 중이다.

이번 계약 기간은 지난 24일부터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8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다. 계약 상대와 구체적인 내용은 경영상 비밀 유지에 따라 비공개다.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에서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체결 계약명, 계약상대, 주요 계약 조건은 유보기한일의 다음 영업일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 4조6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시장에서는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설루션) 부문이 1조 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에는 파운드리 적자가 꼽힌다.

이번 수주로 삼성 파운드리는 고객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고 내년부터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을 맡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수율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서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며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인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