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금소처 분리 반대 성명

새 정부에서 금융위원회가 존폐 위기에 몰린 틈을 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조직·권한 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편다. 한은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섰고, 한은 권한 확대를 주장하는 노래도 만들어 분위기를 띄운다. 수장 공백 상태인 금감원은 노조가 앞장서 연일 성명을 내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주도권을 노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금융저널(JIMF)과 함께 주최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직접적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감독 권한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조율 과정에서 정책 강도나 방향에 이견이 있을 경우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기조연설 뒤에도 기자들에게 “거시건전성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고, 비은행금융기관을 공동 검사할 권한도 있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뿐만 아니라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한은은 주요국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현황을 국정위에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미시건전성 정책 수립을 금융위원회가, 집행을 금융감독원이 각각 담당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한은 노조는 최근 ‘가계부채 문제 해결 한국은행이 답이다’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사내에 배포하고, 한은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한은해송(Let’s BOK)’ 노래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이 현행 체제보다 위기 대응력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금감원 내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감독 정보와 업무 경험이 단절되면 시장과 상품에 대한 금소처 직원들의 이해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전문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소비자 피해 발생 시 감독기관은 책임감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조직이 분리되면 위기 대응력과 책임감이 약화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