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팔리지 않아 악성으로 분류되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물량이 4월 2462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12년 만에 ‘미분양 안심 환매’(환매 조건부 매입) 정책을 꺼내 들었다. 지방 부동산 경기를 일정 수준까지 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공동주택 건설 현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지방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자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 가구에 대한 환매 조건부 매입 방안을 내놨다. 이 제도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시행된 바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해당 주택을 분양가의 50% 수준에 사들이면 건설사가 준공 후 1년 이내에 다시 환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는 매입 가격에 이자 비용이 합쳐진다. 대상은 분양보증에 가입한 공정률 50% 이상의 지방 아파트다. 시행 시기는 3년, 매입 규모는 연평균 3000가구로 정해졌다.

국토부는 그동안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CR리츠(기업 구조조정 투자 회사)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가격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집행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국토부는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를 직접 지원해 자구책을 끌어내자는 취지에서 미분양 안심 환매 제도를 부활했다. 단 건설사가 정해진 기간에 환매하지 않으면 소유권은 HUG로 넘어가게 된다.

이번 조치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급증을 방치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계를 보면 4월을 기준으로 할 때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 중 지방 물량은 82.9%인 2만1897가구에 이르렀다. 부산 수치는 2462가구로 3월(2438가구)보다 1.0% 늘었다. 전국에서는 대구(3776가구), 경북(3308가구), 경남(3176가구)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부산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3년까지만 해도 1000가구 아래였으나 2024년 1월 1174가구를 기록한 뒤에는 1년 내내 1000가구를 웃돌았다. 또 지난해 8월 (1573가구) 이후로는 줄곧 1500가구 이상을 기록 중이며 올해에는 1월부터 4월까지 모두 2000가구 이상을 기록했다.

‘미분양 안심 환매 제도’(환매 조건부 매입) 개념도. 국토교통부 제공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 건설사들은 정부 지원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주택 분양이 저조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기존에 받았던 대출 상환을 할 수 없거나 공사비 마련이 되지 않는 상황에 몰렸을 경우 HUG가 분양가의 50% 가격에 사들이면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준공 후 적정한 가격에 분양한다면 HUG에 매입 가격과 이자를 돌려주더라도 상당 부분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면 업계는 HUG의 매입 가격이 너무 낫다는 점을 들어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완전히 파산 직전에 몰리지 않았다면 분양가의 50% 조건으로 매입 신청을 하는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과거에 이 제도가 도입됐을 때도 이 같은 이유로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정부는 건설사의 불만이 고조되자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매입 가격을 60%까지 올리는 등 요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또 최근의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정부의 도움을 받더라도 환매 기간 내에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한편에서는 이 제도가 지방 건설사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에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완화와 같은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