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수의계약 대상으로 지정됐던 현대건설이 30일 사업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2029년 12월 말 개항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건설이 84개월에서 24개월이 늘어난 108개월의 공사 기간을 요청하면서 사태 해결에 난항이 예상되기는 했으나 건설사 측이 중도 포기를 전격적으로 결정할 줄은 예측하지 못했던 까닭에 사태는 더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일대.

3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84개월이라는 기존 조건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여러 차례 국민에게 했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포기를 선언하면서 국토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업계에서는 84개월이라는 공기를 유지한 채 국토부가 재공고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동안 네 차례나 유찰된 사례에서 보듯 선뜻 재입찰에 응할 기업이 나타나기가 쉽지 않아서다.

다음으로는 공기 84개월을 지키면서 공사 형태를 바꾸는 방식도 거론된다. 한 개의 컨소시엄이 모든 공사를 맡는 현재의 ‘단일 공구’ 대신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는 ‘분할 공구’로 변경하는 것이 이 가운데 하나다. 또 설계와 시공을 일괄 진행하는 ‘턴키’ 대신 이를 분리 발주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시된 공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속한 일정 추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업계가 요구하는 최선의 방안은 공기 연장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은 6개월간 진행된 기본설계 수립을 통해 연약지반 안정화와 방파제 일부 시공 후 매립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안전한 공항을 지으려면 속도보다는 품질을 확보해야 하므로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건설사도 이에 동의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수긍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바다와 육지를 걸쳐야 하는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이 난공사임은 분명하지만 첨단 기술 등을 동원하면 2029년 12월 말 개항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또 지금이라도 착공을 하게 되면 일부 공정이 지연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사업 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이런 구상마저 백지화되면서 국토부의 고민은 더 커지게 됐다. 게다가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장 국토부가 공식 견해를 밝히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일부에는 대선 후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신속히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지난 2021년 2월 특별법이 만들어진 데다 여야 후보 모두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찬성하고 있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는 없지만 지역의 관심사는 적기 개항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진작부터 현대건설의 참여 배제를 요구했던 지역사회에서는 국토부가 84개월 공기를 지키는 선에서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방안을 신속하게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이 불가피해진 만큼 지역사회와 업계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대안이 나와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