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미 양국이 추진하는 ‘7월 패키지 딜’(일괄 합의안) 관련 협상이 6·3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오는 7월 8일까지 국내 기업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력을 집중하되 정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중요 쟁점은 새 정부의 몫으로 남기는 등 국익 최우선 관점에서 차분한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의 사퇴 여파로 ‘협상 사령탑’이 사실상 없는 데다 관세 정책의 키를 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최 전 부총리 간 ‘핫라인’도 중단된 상황이어서 우려가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장성길 통상정책국장이 총괄하는 실무급 인사를 워싱턴DC에 보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과 실무 작업반 구성 등 관세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은 관세와 비관세 등 통상 현안을 아우르는 의제를 세분화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18개국과 관세 협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협상 의제와 프레임워크 내용 등은 미국 측의 보안 요구에 따라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 내용만 보면 ▷관세와 쿼터(할당) ▷비관세 장벽 ▷디지털 무역 ▷원산지 규정 ▷경제안보 ▷기타 상업적 쟁점 등이 협상의 큰 범주로 프레임워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업부와 USTR 간 실무급 협의에서도 이 같은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향후 협상 결론 도출 방안에 대해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이달 중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가시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어 대표는 오는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핵심 목표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라는 점을 고려해 상호 호혜적인 패키지 딜을 준비 중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달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한국 측이 제시한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가 미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해군력 강화와 조선업 재건에 필수적인 자본·기술·인력 협력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정리한 구체적인 제안이 미국이 절실히 느끼는 수요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 측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를 포함한 현지실사단을 파견해 투자 여부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기한 전 신속한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차기 정권 출범 이후에야 정상 간 톱다운식 일괄 타결이 가능한 데다, 경제·통상 전반에서 한국과 긴밀히 얽혀 있는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국가들의 대미 통상 협상 동향도 참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