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기업 2곳 중 1곳은 올해 들어 자금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때문이다.

지난 4월 2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담긴 ‘2025년도 수출기업 금융애로 및 정책 금융 개선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기준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기업 500개사의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0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 응답 기업의 46.7%는 ‘올해 자금 사정이 2024년 4분기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9월 이후 본격적으로 인하된 상황에서도 상당수 기업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연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3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35.9%가, ‘50억~300억 원 미만’과 ‘50억 원 미만’인 기업은 각각 47.6%와 57.4%가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무협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금 사정 악화 원인으로는 ‘매출 부진’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각각 58.5%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인건비 상승(35.4%) ▷환율 변동(34.1%) 등 순이었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원/달러 환율로는 1344.9원(응답자 평균)이 제시됐다.

무협은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동시에 원자재 구매 비용 및 운임 상승으로 높은 환율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협상력이 낮은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수입 원부자재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환율 상승을 이유로 바이어가 납품 단가 조정을 요청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도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품목 관세로 철강·금속을 주력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31.8%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45.6%는 ‘관세 대상 품목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급망 비용 증가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관세 대응책으로 ▷비용 절감(46.6%) ▷정책금융 지원 활용(40.6%) ▷대체 수출시장 개척(40.3%) 등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를 고려하는 기업은 2.8%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