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식 밀도가 아주 높아 농림수산업이나 주민 생활에 피해를 주는 꽃사슴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관리한다. 또 축산법을 손질해 가축사육업자가 기르던 동물을 유기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전남 영광군 안마도에 서식하는 꽃사슴.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8일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4년 1월 국민권익위가 무단 유기 가축 처리에 대한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 마련됐다. 당시 권익위는 전남 영광군 안마도에 서식하는 꽃사슴의 개체가 급증, 생태계를 교란하고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하자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꽃사슴은 1950년대 이후 가축 사육 등 경제적인 활용 및 전시 목적으로 대만· 일본에서 수입된 외래종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소유주가 관리를 포기한 뒤 야생에서 서식하게 됐다. 꽃사슴은 번식력이 강하지만 국내에는 천적이 없다. 이 때문에 빠르게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초본류·열매·나무껍질 등을 무분별하게 먹어 치워 자생식물 고사 및 식생 파괴를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꽃사슴은 사람에게 질병을 전파할 수 있는 진드기의 주요 숙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안마도, 인천 굴업도 등에서 채집한 진드기 시료 25점 가운데 22점에서 사람에게 감염 우려가 있는 ‘리케차 병원체’가 확인됐다. 여기에 감염되면 고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치료가 늦어지면 폐렴 등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환경부 조사를 보면 안마도에는 937마리, 굴업도에는 꽃사슴 178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시 우도와 지리산에도 각 3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개체수를 조정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환경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 꽃사슴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연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이 범주에 포함되는 동물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지자체에 포획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약 포획 외에 다른 관리 수단이 없다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한편 환경부와 농식품부는 꽃사슴 사례처럼 가축이 유기돼 발생하는 악영향을 예방하고자 유기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 등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현재 국회에는 축산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유철환 권익위 위원장은 “그동안 명확한 규정 부재로 방치돼 온 문제들이 권익위 조정과 두 부처의 협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며 “앞으로도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해 방치된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중재, 국민 불편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