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이중가격제’로 정했습니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14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5년 가까이 무료였던 포장 수수료를 6.8%까지 올렸는데요. 식당 점주 사이에서는 배달 수수료도 버거운데 포장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해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배달의민족 배달기사. 연합뉴스

배민은 그동안 포장 주문에는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2020년 5월 포장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코로나19로 식당 영업이 타격을 입자 수수료 ‘0’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다 2024년 7월부터는 신규 가입 업체를 대상으로 포장 수수료를 도입했고요. 이어 기존 업체에도 수수료를 부과했습니다. 배민 측은 포장 주문 역시 중개시스템을 이용하는 만큼 운영 비용이 들어가기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포장 주문을 활성화하면 배달비 부담이 발생하지 않아 점주의 수익성은 개선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점주는 원래 없던 포장 수수료 부담이 추가로 생겼다며 울상입니다. 식당이 수수료를 채우려고 음식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작지 않은데요. 배달가와 포장가를 매장가보다 올려 받는 이중가격제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외식업 점주 5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사업장 운영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배달앱 수수료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참여자 47.6%는 수수료 부담이 커져 메뉴 가격을 인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요. 34.8%는 배달앱 메뉴 가격을 매장가보다 높게 설정한 이중가격제를 적용한다고 전했죠.

이중가격제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2010년대 초반부터 써온 방식입니다. 배달앱이 보편화하기 전 매장 자체 배달을 하면서 배달가를 올려 받았죠. 이중가격제는 배달앱이 활성화한 뒤 대형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개인 식당에서도 도입했습니다. 배달플랫폼이 책정한 높은 중개수수료가 원인인데요. 수수료 부담을 전부 떠안을 수 없던 점주가 손해를 줄이려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했죠. 수수료가 돌고 돌아 소비자에게 떠넘겨진 것입니다.

결국 점주와 소비자는 손해고, 배달플랫폼만 배를 불리는 격입니다. 배민 측은 포장 수수료 수익 300억 원을 마케팅에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배민이 수수료로 얻는 수익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죠. 독일 본사만 좋은 일이라는 말인데요. 지난해 배민은 640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이 가운데 81.5%에 해당하는 5372억 원을 독일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환원했습니다. 배민이 지난 2년간 배당금, 자사주 매입 등으로 DH에 송금한 금액은 1조 원에 달합니다.

경기 불황에 한 집 건너 한 집 폐업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배달앱 사용이 이미 일반화한 시점에서 업계 1위 시장 지배력을 가진 배민의 수수료 정책 변화는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