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관세 정책을 앞세워 자국 중심 보호무역에 가속 페달을 밟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70여개 국가에 향후 90일간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지난 5일부터 시행 중인 ‘10% 기본관세’와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우리 정부는 협상시간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평가했다. 특히 오는 6월 4일 출범하게 될 차기 정부는 새 대통령 체제하에서 전열을 정비한 채 대미 관세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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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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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75개국 이상의 국가가 무역, 무역장벽, 관세, 환율 조작, 비금전적 관세와 관련돼 논의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해결책을 협상하기 위해 상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에 요청했다”며 “이를 근거로 이들 국가가 미국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저는 90일간 관세 유예와 이 기간에는 상호관세율을 10%로 대폭 인하하는 조치를 승인했다”고 썼다.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전격적인 유예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미국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104%에서 21% 포인트를 더 높이는 조치를 강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한국을 비롯한 모든 무역상대국에 10% 이상의 상호관세 시행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율 25%를 부과받았다. 이는 ‘기본관세’ 10%와 ‘상호관세’ 15%로 구성된 것인데, 지난 5일부터 시행 중인 기본관세를 뺀 상호관세 15%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상호관세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9월 오후 1시 1분에 발효됐다. 이후 13시간 만에 유예 결정이 나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 시장이 연일 폭락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와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중국이 미국 관세 조치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것도 트럼프 대통령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맞대응 조치에 대응해 전날 대중국 상호관세를 34%에서 84%(총 104%)로 올린 데 이어 이날 다시 21%포인트를 추가했다. 총 125%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결국 중국의 저항과 미국의 증시 상황 등 국내적 요인을 고려해 ‘전술적 후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미 양국 간 통상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일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유예 조치는 미국 측과의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은 오는 6월 3일 대선을 거쳐 다음 날 바로 출범하는 새 정부가 전열을 정비한 채 대미 관세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이 한국의 정치적 시간표와 관계없이 속전속결로 한국의 ‘양보’를 받아 내려 한다면 양국 간 협상은 한국이 원하는 속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