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분 시설 건설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에 착수한다. 다만 사회적 갈등 최소화 등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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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수조에 보관하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 DB |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 부지 선정과 유치지역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2016년 20대 국회에서 특별법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된 이후 법안 폐기와 재발의 등의 과정을 거쳐 9년 만에 제정된 것이다. 이 특별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에는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해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각각 마련한다는 목표 시점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또 이들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도 명문화됐다. 기초자치단체(시·군·구)로부터 시설 구축 신청을 받은 뒤 2단계에 걸쳐 부지 적합성 조사를 실시하고, 그 이후 주민투표 등을 진행해 지역(부지)을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정부도 부지 선정 절차에 즉시 착수하기로 했다. 추진 일정 등 구체적인 후속 절차는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준위 특별법과 관련한 하위법령(대통령령) 제정 등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법률에서 위임된 의견수렴 절차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와 원전지역 주민 이해관계자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취합한 뒤 대통령령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주민 반발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 확산 가능성이다. 실제 이번 특별법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부지 선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담기지 않았다. 특별법 제정에 따라 신설되는 국무총리 소속 행정위원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가 관련 업무(부지 선정 절차 등)를 전담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이에 따라 원전 시설을 꺼리는 지역 주민과 일부 시민단체 등을 설득하는 작업이 향후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 건설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만약 ‘국가적 난제’로 인식되는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이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부지에는 사용후핵연료가 그대로 묻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번 특별법에는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전)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한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가 있다. 다만 원전 시설에 대한 주민 인식이 이전보다 개선됐기 때문에 부지 선정 작업이 과거처럼 어렵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