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차·지원·기구설치 근거 마련
- 포화 앞 고리원전 등 숨통 기대
- 부지 마련 갈등 해소책 등 절실
원전 당국과 원자력업계의 숙원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 이어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부지 선정 절차가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부지를 정하는 기준 등이 특별법에 포함되지 않아 향후 처분 시설을 원하지 않는 주민이 반발하면 사업이 정체되거나 ‘장기 난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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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준위법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돼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시설 건설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된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수조에 보관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
■“부지 선정 작업에 본격 착수”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고준위 특별법에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2050년까지 설치) 및 영구처분시설(2060년까지) 부지 선정 절차 ▷해당 시설 유치지역과 그 주변지역에 대한 폭넓은 지원 ▷이를 전담할 국무총리 소속 행정위원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신설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 설치 ▷임시저장시설 설치 주변지역 의견수렴 절차 및 지원 등의 법적 근거가 담겼다.
특별법 제정에 따라 정부는 포화(100%)를 앞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의 포화율은 해당 시점 기준으로 90.8%(저장용량 총 8038다발 중 7297다발 저장)에 달했다. 원전 가동이 늘어날수록 사용후핵연료가 더 많이 배출되는 만큼 현재 이 비율은 지난해보다 100%에 더 가까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부 추산 자료를 보면 고리원전은 불과 7년 뒤인 2032년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가 꽉 찰 것(100%)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앞선 2030년에는 전남 영광 한빛원전이, 2031년에는 경북 울진 한울원전이 각각 포화 상태에 이른다. 경북 경주 월성(2037년) 및 신월성(2042년), 울산 울주군 새울(2066년) 등의 원전도 기간에 차이만 있을 뿐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의 용량이 정해져있다.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특별법 제정에 따라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련 업무는 앞으로 신설될 국무총리 소속 행정위원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가 전담할 예정”이라며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 운영을 목표로 부지 선정 절차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반대로 수십년간 실패 반복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 마련과 부지 선정이 ‘국가적 난제’로 인식될 만큼 지난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해당 부지 선정 작업은 이전에도 수차례 있었다. 예컨대 2016년 박근혜 정부는 당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부지 선정 절차를 시작한 이후 36년 이내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영구처분시설 확보는커녕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조차 못하고 있다.
산업부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추진 사례’ 자료를 봐도 정부는 ▷1986~1989년(경북 울진·영덕·영일) ▷1990~1991년(충남 안면도) ▷1991~1993년(부지 공모를 통한 후보지 도출) ▷1994~1995년(서해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 ▷2003년(전북 부안) 등에 걸쳐 수차례 부지 선정을 추진했으나 매번 주민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환경·탈핵단체가 고준위 특별법 제정에 강하게 반대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특별법에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 구축’ 관련 조항이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간저장시설 입지 선정부터 주민 반대로 난관에 부딪혀 관련 사업이 정체되면 고리원전 부지 내에 쌓이게 될 사용후핵연료는 ‘임시’가 아닌 ‘영구적으로’ 묻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원전이 사실상 ‘핵폐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시설에 대한 주민 인식이 과거처럼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신규 원전 건설을 희망하거나 처분장 구축에 따른 지역경제 발전 등을 기대하는 주민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해상풍력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가 입지를 계획하는 내용의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정부가 송전선로 확충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전력망 건설 지연 문제를 해소하도록 돕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 시점 |
전남 영광 한빛원전 |
2030년 |
경북 울진 한울원전 |
2031년 |
부산 기장 고리원전 |
2032년 |
경북 경주 월성원전 |
2037년 |
경북 경주 신월성원전 |
2042년 |
울산 울주 새울원전 |
2066년 |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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